미국ㆍ독일 대사관, 우간 석방 요구 공동성명
2009년 성탄절엔 류샤오보 선고
중국에서 연말 휴가철을 맞아 인권운동가를 또 기습처벌해 논란이 일고 있다. 서방에선 언론과 외교가의 휴식기를 노려 정치적 처벌을 정당화하려 한다는 비판이 나오고, 중국 관영매체들은 내정간섭이라고 강력 반발하고 있다.
미국 CNN방송은 27일(현지시간) 중국의 인권운동가 우간(吳淦)이 크리스마스 이튿날인 지난 26일 징역 8년형을 선고받은 소식을 전하면서, 전문가들을 인용, “중국 정부가 반정부 인사들에 대한 재판과 형 선고 시기로 연말연시를 선호하는 건 나쁜 소식을 덮을 최적의 시기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홍콩에 본부를 둔 인권감시단체 중국인권변호사관주조(CHRLCG) 측도 우간에 대한 중국 사법당국의 징역형 선고일자에 대해 “외교가의 시선을 피하기 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우간은 2009년 정부 관료에 의한 성폭행 시도를 막는 과정에서 살인을 한 덩위쟈오(鄧玉嬌) 구명운동을 시작으로 인권운동에 나섰다. 그는 2015년 7월 9일 중국 정부가 인권활동가들을 대대적으로 잡아들인 ‘709 검거’ 때 붙잡혀 재판도 받지 못한 채 구금됐다.
중국은 그간 국제사회의 감시가 소홀한 성탄절이나 연말에 인권운동가나 반정부 인사에 대한 처벌을 결정해왔다. 지난 7월 사망한 노벨평화상 수상자이자 인권운동가인 류샤오보(劉曉波)가 2009년 성탄절 당일에 징역 11년형을 선고받은 게 대표적인 예다. 이보다 2년 앞선 2007년 성탄절에는 노벨평화상 후보에 올랐던 인권운동가 후자(胡佳)에 징역 3년6개월형을 선고됐고, 2015년 크리스마스 직전에는 인권변호사 푸즈창(浦志强)에 집행유예 3년이 선고됐다. 또 2011년 크리스마스 다음날에는 인터넷에 정부 비판글을 올린 작가이자 민주화 운동가인 천시(陳西)와 천웨이(陳偉)가 각각 징역 10년과 9년에 처해졌다.
연말연시를 노린 중국의 인권운동가 탄압 관행에 서방국들은 매번 비판 목소리를 높여왔다. 이번에도 중국 주재 미국대사관과 독일대사관이 공동성명을 통해 우간에 대한 중국 당국의 징역형 선고에 인권침해 요소가 있다며 그의 석방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중국은 화춘잉(華春瑩) 외교부 대변인의 정례브리핑을 통해 강력 반발했다. 화 대변인은 “중국은 법치국가이고 중국 사법기관은 법에 따라 사건을 처리한다”면서 “일부 국가가 중국 사법기관의 정당한 판결에 대해 멋대로 거론하는 건 중국 내정과 사법주권에 대한 공개적 간섭이자 법치 정신에 위배되는 행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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