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스키ㆍ스노보드 대표팀이 2018 평창 동계올림픽 기간 한반도 안보 위기가 고조될 것을 대비해 비상 탈출 계획을 수립한 것으로 드러났다. 28일(한국시간)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사설 비상 구조 전문업체인 글로벌 레스큐는 미국 스키ㆍ스노보드 대표팀의 의뢰를 받아 평창 동계 올림픽 기간 동안 한국에서 북미간 긴장이 전쟁 위기로까지 치솟는 즉시 대표팀 선수들과 코칭스태프들을 한반도 바깥으로 탈출시킬 계획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체는 대회 기간 평창에 안전 요원들을 파견해 대표팀을 경호할 뿐 아니라 심각한 부상이 발생해 의료적인 조치가 필요할 경우에도 긴급 후송을 도맡는다. 하지만 업체는 실제로 이 계획을 실행에 옮길 가능성은 매우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하지만 미국 스키ㆍ스노보드 대표팀이 탈출 계획을 마련한 것이 비단 평창 올림픽에서만은 아니다. 글로벌 레스큐는 2006 토리노 동계 올림픽과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그리고 2014 소치 동계올림픽에서도 미국 스키ㆍ스노보드 팀의 안전을 도맡았다. 2004년 설립된 이 업체는 세계 각지에 핫라인을 보유하고 있다. 댄 리차드 글로벌 레스큐 대표이사는 이날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평창이든 다른 올림픽 대회든 항상 비상 사태에 대비하는 것은 똑같지만, 이번 대회의 경우 좀 더 철저한 각오로 임해야 하는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리차드 대표이사는 “우리가 걱정하는 상황(군사 충돌)이 실제로 발생할 가능성은 매우 낮겠지만, 최근 미국과 북한 사이의 긴장상황이 추가적인 우려를 낳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올림픽 개최지인 평창은 적(북한)으로부터 70마일(약 112㎞) 떨어져 있고 북한은 올림픽 대회가 성공적으로 치러지는 것에 훼방을 놓고 싶어 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하면서 “필요하다면 우리는 매우 빠르게 사람들을 한반도 바깥으로 빼낼 역량을 갖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40여일 앞으로 다가온 평창 동계올림픽을 두고 국제 사회는 안보 우려를 떨치지 못 하고 있다. 북한은 최근에도 핵ㆍ미사일 실험을 강행하며 한반도 안보 위기를 고조시키고 있다. 지난 9월 북한의 중장거리탄도미사일 발사 실험 직후 프랑스와 오스트리아가 평창 올림픽 불참을 시사했다가 철회했다. 지난 7일에는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 대사가 미국 선수단의 올림픽 참가 여부에 대해 “미정”이라고 말했다가 논란이 일자 나흘 뒤 “선수단을 파견한다”고 답했다.
리차드 대표이사는 이에 대해 “’불량정권’인 북한을 마주하고 있는 현실에서 그들이 어떤 꿍꿍이를 가졌을지 우리는 알지 못하기 때문에 항상 가능한 최악의 경우에 대비를 해야 하고, 그것이 바로 우리의 업무”라고 설명했다.
박진만 기자 bpb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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