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자회견서 최종 입장 낼 듯
日과 관계정상화는 별도 추진
문재인 대통령은 28일 박근혜 정부에서 이뤄진 한일 위안부 합의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전날 발표된 ‘한일 일본군 위안부 합의 검토 태스크포스(TF)’ 조사 결과를 수용하면서 위안부 합의 재협상을 시사한 것이어서 상당한 외교적 파장이 예상된다.
문 대통령은 이날 “지난 합의가 양국 정상의 추인을 거친 정부 간의 공식적 약속이라는 부담에도 불구하고, 저는 대통령으로서 국민과 함께 이 합의로 위안부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는 점을 다시금 분명히 밝힌다”는 내용의 위안부 TF 결과에 대한 입장문을 냈다. 전날 발표된 위안부 TF의 최종 보고서를 받아들이는 형식으로 기존 합의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공식화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어 “위안부 협상은 절차적으로나 내용적으로나 중대한 흠결이 있었음이 확인됐다”며 “이는 역사문제 해결에 있어 확립된 국제사회의 보편적 원칙에 위배될 뿐 아니라, 무엇보다 피해 당사자와 국민이 배제된 정치적 합의였다는 점에서 매우 뼈아프다”고 평가했다. TF 조사에서 드러난 ‘이면 합의’에 대해서도 “현실로 확인된 비공개 합의의 존재는 국민들에게 큰 실망을 주었다”며 “또 한번 상처를 받았을 위안부 피해자 여러분께 마음으로부터 깊은 위로를 전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입장은 기존 합의를 인정할 수 없기 때문에 재협상이 불가피하다는 쪽이다. 문 대통령은 “진실을 외면한 자리에 길을 낼 수 없다” “고통스럽고 피하고 싶은 역사일수록 정면으로 직시해야 한다”는 등의 표현으로 위안부 문제에 정면 대응하겠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이로써 청와대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평창 동계올림픽 참석을 염두에 두고 시간 벌기에 나서지 않겠느냐는 일각의 예상도 빗나가게 됐다.
문 대통령은 특히 “정부는 피해자 중심 해결과 국민과 함께하는 외교라는 원칙아래 빠른 시일 안에 후속조치를 마련해 주기 바란다”고 향후 대응 원칙을 제시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위안부 피해 할머니, 관련 단체, 일본 정부 등 이해 당사자들과 협의해 내년 초 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 전에 최종 입장을 내 놓을 전망이다.
다만 문 대통령은 합의 백지화나 재협상을 직접 언급하지 않으며 한일 관계에 미칠 파장도 경계하는 모습을 보였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오늘 입장문은 중대한 문제에 대해 대통령으로서의 소회를 밝힌 것”이라며 “합의 파기라는 용어를 쓰기엔 적절치 않고 여러 의견을 수렴해 정부가 최종 입장을 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도 역사문제와 한일관계 정상화는 별도로 추진하겠다는 ‘투트랙’ 원칙을 제시했다. 그는 입장문에서 “역사문제 해결과는 별도로 한일 간의 미래지향적 협력을 위해 정상적인 외교관계를 회복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위안부 합의가 피해자 우선주의라는 국제 원칙에서 벗어났다는 점에서 양국 정부가 제3의 해법을 마련하기 위해 물밑 작업을 벌일 가능성도 거론된다.
정지용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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