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관료 출신 ‘전관’
2008년 거래소 이사장 시절 MB정권과 갈등 끝 중도사퇴 이력
지난 대선 부산 선대위원장 등 이후 친여권 행보
부산 출신 친정부 낙하산 인사 논란 잇따라
금융공기업인 한국주택금융공사(이하 주금공) 신임 사장에 재무관료 출신인 이정환 전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내정됐다. 문재인 정부 들어 금융권 요직에 부산 출신 인사들이 잇따라 진출하는 모양새다.
금융위원회는 28일 주금공 사장으로 이 전 이사장을 임명 제청했다고 밝혔다. 주금공 사장은 금융위원장의 제청을 받아 대통령이 임명하는 자리다. 금융위 관계자는 “이 내정자가 풍부한 경험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주택금융 공급, 주택연금 활성화 등 핵심기능을 원활히 추진할 적임자로 판단했다”며 제청 배경을 설명했다.
1954년생인 이 내정자는 부산 동아고와 성균관대를 나와 행정고시 17회로 공직에 입문, 재정경제부 국고국장을 거쳐 노무현 정부에서 국무조정실 정책상황실장을 지낸 경제관료 출신이다. 이명박 정부 출범 직후인 2008년 3월 한국거래소 이사장에 취임했지만 정권과의 코드 논란 속에 갈등을 빚다 1년 7개월 만에 자진 사퇴했다.
2008년 5월 검찰은 거래소의 방만 경영에 대해 수사를 벌였고, 9월에는 감사원이 감사를 진행했다. 당시 감사원은 “거래소가 사실상 공적기능을 수행하는데, 감독과 견제장치는 미흡하다”며 정부에 공공기관 지정을 권고했고 2009년초 재경부는 거래소를 공공기관에 지정해 예산 통제 등 감독을 강화했다. 이를 두고 금융권에선 증권사 등이 지분을 나눠가진 민간 주식회사인 거래소를 공공기관에 지정하는 건 부당하다며 “이정환 이사장 사퇴를 압박하는 조치”라는 해석이 파다했다.
실제 이 내정자는 퇴임 당시 고별사에서 “취임 이후 직간접적인 사퇴 압력을 많이 받았다. 검찰, 감사원, 금융당국의 집요한 협박이 있었다”고 폭로해 파장을 일으켰다. 이 내정자는 당시 “공공기관 지정을 해제하면 물러나겠다”며 한동안 버텼는데, 거래소는 이후 6년 만인 2015년에야 공공기관에서 해제됐다.
이 내정자의 임명은 낙하산 논란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 내정자는 거래소 이사장 퇴임 후 2012, 2016년 부산지역 총선에 민주당 후보로 출마했고 최근까지 내년 지방선거의 부산시장 후보로 거론됐다. 지난 대선 때는 부산시선거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을 지내기도 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정지원 한국거래소 이사장, 김태영 은행연합회장, 김지완 BNK금융지주 회장, 이동빈 Sh수협은행장 등 부산 출신 인사들이 잇따라 금융권 요직을 차지하는 것도 뒷말을 사고 있다. 권재희 기자 luden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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