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최고 실권자 아웅산 수치 국가자문역이 유엔특사를 만난 자리에서 로힝야족 여성들이 미얀마 군경에 의해 성폭행당했다는 보고서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회피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27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이 입수한 문건에 따르면 프라밀라 패튼 유엔 성폭력 분쟁 특사는 이 문제를 다루기 위해 이달 중순 나흘간 미얀마를 방문했다. 하지만 아웅산 수치 국가자문역은 이 문제에 관한 ‘어떠한 실질적인 논의’도 회피했다고 패튼 특사는 전했다. 그는 지난주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에게 보낸 보고서에 “수치 자문역과의 약 45분간의 만남은 화기애애했지만 안타깝게도 실질적인 논의는 진행되지 않았다”고 적었다고 가디언은 보도했다. 패튼 특사는 회동에 대해 “수치 자문역은 군과 정부 관료들로부터 미얀마군의 잔혹 행위는 ‘국제사회에 의해 조작되고 과장된 문제’라는 이야기를 들었으며, 더 큰 문제는 로힝야 난민들이 테러리스트들과 협력하고 있으며 법적인 처벌을 면하기 위해 도망쳤다는 믿음을 표출했다는 점”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성폭행 문제를 담당하는 미얀마군 장성과 만난 사실을 언급한 뒤, 성폭행 피해자에 대한 미얀마군의 조사는 카메라 앞에서 단체로 이뤄졌으며 협조적으로 대답한 그룹들에는 배급품이 주어졌다고 주장했다. 또 조사는 강압적이었고 이의를 제기할 수 없는 분위기라 800명 가까이 면담을 했지만, 군에 의한 성폭력이나 다른 폭력 문제는 한 건도 보고되지 않았다고 부연했다.
국제인권단체 등에 따르면 지난 8월 이후 65만5,000여명에 이르는 로힝야족 난민이 발생했으며, 6,700여명이 미얀마군의 ‘인종청소’작전으로 사망했다. 미얀마군이 로힝야족 여성들에 대해 집단 성폭행을 저질렀다는 생존자들의 진술도 이어지고 있다.
이왕구 기자 fab4@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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