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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대를 멘 선승… 종단 정치화 막을지 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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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대를 멘 선승… 종단 정치화 막을지 관심

입력
2017.12.28 16:16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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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문화인물] 종교 / 조계종 새 총무원장 설정 스님

지난 10월 12일 설정(오른쪽) 스님이 35대 조계종 총무원장 선거에서 승리한 후 전임 자승 스님과 악수하고 있다. 류효진기자
지난 10월 12일 설정(오른쪽) 스님이 35대 조계종 총무원장 선거에서 승리한 후 전임 자승 스님과 악수하고 있다. 류효진기자

‘234대 82.’

지난 10월 12일 서울 견지동 한국불교역사문화회관 지하 강당에서 치러진 35대 조계종 총무원장 선거결과였다. 설정 스님의 승리였다. 부처의 가르침을 따르겠다는 이들이 총무원장 일을 맡기는 방식이 전원합의추대가 아니라 선거여야 하는가라는 건 논쟁거리지만, 그것과 별개로 선거 득표수는 늘 해석을 낳는다.

대부분의 해석은 설정 스님의 압승이라는 평이었다. 33ㆍ34대 총무원장을 연임한 자승 스님의 지원 아래 이변 없는, 무난한 승리라는 얘기다. 일부에선 반대의견도 있다. 34대 재선 때는 연임이 전례가 없다는 등 여러 이유 때문에 표가 다소 떨어졌지만, 33대 때 자승 스님은 317표 가운데 290표를 쓸어 담았기 때문이다. 자승 스님의 지원 속에 치러진 선거였다는 점을 감안해보면, 압승이라 부르려면 250표 정도는 넘겼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다. 막판에 표가 제법 흔들렸다는 얘기도 나왔다.

이런 해석이 나오는 건 ‘적폐청산’이라는 시대흐름 때문이다. 대외적으로 불교계의 대표적 개혁인사로 알려진 명진 스님이 제적당하는 와중에 문재인 정부가 탄생했다. 자승 스님과 그 뒤를 이은 설정 스님이 곧 ‘적폐’ 아니냐며 이들을 반대하는 운동이 벌어졌다. 선거 과정에서 설정 스님의 학력, 재산 등의 의혹이 제기됐다.

설정 스님 개인의 인품과 실력에 대해 불교계에서 이의가 없다. 1940년 충남 예산에서 태어나 신실한 불교신자였던 아버지 따라 수덕사를 나들다가 1955년 원담 스님을 은사로 자연스럽게 출가했다. '일일부작 일일불식(一日不作 一日不食ㆍ하루 일하지 않으면 하루 먹지 않는다)' 원칙에 따라 평생 직접 농사일을 했다. 수행을 좋아해 지금도 “선방에서 살던 19년이 제일 좋았던 시절”이라 말할 정도다. 경허-만공-벽초-원담 스님으로 이어지는 덕숭 문중의 가풍을 잇는다는 평가다. 동시에 1994년 조계종 개혁 때는 단식을 결행한 데 이어 개혁회의 법제위원장을 맡아 오늘날 종단 체제의 뼈대를 만들었다. 그 뒤 조계종의 국회 격인 중앙종회 의장도 역임했다. 선승이지만 총대를 메야 할 순간은 피하지 않은 셈이다.

총무원장으로서 설정 스님의 소원은 종단의 과도한 정치화 방지다. 선거를 치르면서 지나치게 세속의 잣대, 흐름이 많이 끼어드는 것 봐서다. 조계종 관계자는 “지금의 종단 체제를 만든 사람으로서 책임지고 해결의 단초를 마련하고 싶다는 열망이 강력하다”고 전했다. 취임 뒤 원장실에서 먹고 자면서 하루 종일 업무에 매달리는 이유이자, 내년 설정 스님의 행보가 관심을 모으는 이유다.

조태성 기자 amorfat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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