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89년 제1차 국제도량형총회(CGPM)에서 결정된 표준질량 킬로그램(㎏)의 정의가 내년에 바뀔 전망이다. 일반인들이 걱정할 사안은 아니다. 학술적으로는 엄청난 의미이지만 일상생활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다.
28일 한국표준과학연구원에 따르면 내년 11월 프랑스에서 개최되는 제26차 CGPM에서 ㎏ 재정의 안건이 의결 절차를 밟는다. 이변이 없는 한 통과 가능성이 매우 높게 관측된다. 전 세계 단위와 표준 통일을 관장하는 국제도량형국(BIPM)은 2011년 질량도 다른 단위처럼 영원불멸 하는 ‘상수’로 재정의하자고 합의한 바 있다.
국제단위계(SI) 중 길이표준인 미터(m)는 빛이 진공상태에서 2억9,979만2,458분의 1초 동안 진행한 길이가 1m다. 1983년 제17차 CGPM에서 정의된 m는 시간이 지나도 절대로 변하지 않는 상수이지만 현재 1㎏은 백금 90%와 이리듐 10%로 이뤄진 원기(原器ㆍprototype)로 정의돼 있다. 원기둥 형태로 높이와 지름이 각각 39㎜인 원기는 파리 인근 BIPM 지하 금고에 보관돼 있다.
백금은 반응성이 낮은 금속이지만 100년 이상 흐르자 미세하게 질량이 변해 현재는 처음보다 최대 100마이크로그램(㎍ㆍ100만분의 1g) 줄어든 것으로 파악된다. 국제 사회가 ㎏ 재정의에 합의한 것은 이처럼 변하는 기준을 보완하기 위해서다.
새로운 ㎏ 정의에는 양자역학 상수인 플랑크상수(h)를 이용한다. 미국과 캐나다 연구진이 물리적 에너지와 전기적 에너지를 비교하는 '키블저울'로 측정값을 제시했다. 국내에서도 표준연 역학표준센터 이광철 책임연구원팀이 2014년부터 키블저울을 직접 제작해 상수를 도출했다.
올해 CGPM에서는 표준질량과 연계된 전류(A) 온도(K) 물질량(mol) 단위도 상수를 이용해 재정의할 예정이다. 전류는 1948년, 온도는 1954년, 물질량은 1971년 각각 정의됐지만 역시 상수가 아니다.
CGPM이 ㎏을 새롭게 정의내리면 내년 5월 20일부터 전 세계에서 공통적으로 시행된다. 130년 만의 변화다. 미세한 공정을 다루는 산업계에서는 일부 설비 보완이 필요할 수 있지만 100만분의 1g 정도의 차이라 일반인들이 체감하기는 쉽지 않다.
이광철 연구원은 “표준단위 변화가 일상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하는 게 측정 과학자들의 목표”라고 밝혔다. 김창훈 기자 ch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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