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복ㆍ보은인사에 노조ㆍ시민단체 반발
비자금 수사대상 6명 승진ㆍ영전
경쟁자 등기임원 전원 퇴진… “보복”
노조 “신속한 거취 표명” 사퇴 촉구
시민단체, 비리제보센터 개설 대응
대구은행 노조와 시민단체들이 비자금 수사를 받고 있는 박인규 DGB금융지주회장 겸 DGB대구은행장이 최근 실시한 임원 및 부ㆍ점장급 인사에 대해 보복ㆍ보은인사라며 반발하고 있다. 시민단체는 대구은행 비리제보센터를 개설키로 했고, 노조 측도 박인규 행장의 자진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대구은행은 26, 27일 연이틀 실시한 임원 및 부ㆍ점장급 인사를 통해 차기 행장 후보자들을 전원 퇴진시키고, 상품권깡 비자금 피의자 6명을 승진시켰다. 또 비자금 관련 부서나 제보자 색출을 위한 통신내역 조사와 관련된 부서 직원도 우대했다.
대구은행은 지난 26일 임원인사위원회를 열어 노성석 DGB금융지주 부사장과 임환오ㆍ성무용 DGB대구은행 부행장 등 3명의 등기임원을 퇴진시켰다. 18명의 임원을 승진발령하고, 자회사 대표 4명은 유임했다. 이어 27일엔 본점 부장과 지점장 등 140여명에 대한 승진ㆍ전보인사를 단행했다. 앞서 박인규 행장은 경찰의 대대적인 압수수색이 있은 지 4일 뒤인 9월 8일 ‘임직원 여러분께 드리는 말씀’을 통해 사내이사 ‘전원’은 적정시기에 거취표명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번 인사는 대구상고 및 비자금 조성 연루자 중용과 경쟁자 제거라는 보은ㆍ보복인사로 요약된다. 임원승진자 18명 중 대구상고 출신이 8명이나 된다. 전체 임원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절반을 넘어섰다. 차기 행장 후보 0순위로 볼 수 있던 3명의 등기이사들은 자진사퇴 형식을 빌어 모두 옷을 벗게 됐다.
반면 비자금 조성에 관련된 인사들은 대거 승진하거나 영전했다. 임원 승진자 3명과 부ㆍ점장급 3명 등 모두 6명이 비자금 조성 피의자들이다. 부행장보나 상무, 인사책임자, 박인규 행장 최측근 자리로 승진 내지 이동했다. 비자금 조성과 관련해 자금을 다룬 부서와 제보자 색출을 위한 임원 통화내역 조회를 다룬 부서 직원들도 혜택을 보았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대구참여연대 대구경실련 우리복지시민연합은 임원 인사위원회가 열리던 26일 대구 북구 대구은행 제2본점 앞에서 박인규 행장 직무정지와 해임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조광현 대구경실련 사무처장은 “불법 비자금 사건의 당사자인 행장이 동반 사퇴해야 할 임직원을 오히려 승진시켜 대구은행을 범죄자 집단으로 만들어 버렸다”며 “부당인사 철회와 박인규 행장 해임, 구속수사를 거듭 촉구한다”고 말했다.
노조도 들고 나섰다. 대구은행 노조는 27일 노조원들에게 보낸 차기 위원장 당선인 명의의 성명서를 통해 박인규 행장의 거취표명을 촉구하며 사실상 퇴진을 촉구했다. 노조는 성명서에서 “박인규 행장은 지난 9월 (압수수색 직후) 행원들에게 사내이사 전원은 적정시기에 거취표명을 하겠다고 약속했지만 다른 등기임원은 해임하고 본인에 대해선 아무런 입장 표명이 없다”며 “등 떠밀려 나가는 불미스런 일이 벌어지지 않기를 바란다”고 경고했다. 또 “일반 직원들은 윤리강령 등 내규에 의해 일거수일투족이 엄격한 통제를 받는데, 비자금 조성 피의자들이 조직을 대표하는 임원 또는 주요 부서장이 되는 것은 조직을 사유화하는 것”이라며 “고 지적했다.
상당수 직원들도 패닉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 간부급 행원은 “친위부대원이 된 특정 인맥을 제외한 대부분 행원들은 거의 ‘멘붕’상태라고 보면 된다”며 “공적기능이 강한 은행을 사조직처럼 운영하는 게 말이 되냐”고 성토했다.
이에 대해 대구은행 측은 “이번 인사는 조직 역량 극대화와 안정에 초점을 맞추고 성과주의 문화 정착 및 영업경쟁력 제고를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대구은행이 임원들에게 최근 6개월간 통화내역 제출을 요구한 것은 “법적 하자가 없다”는 대구은행 측의 주장과 달리 국내 대형 로펌에 법률자문 결과 개인정보보호법과 통신비밀보호법을 침해한 것으로 알려져 귀추가 주목된다.
박인규 대구은행장은 2014년 4월부터 8월 초까지 백화점상품권을 구매한 뒤 판매소에서 5%를 수수료로 공제하고 현금화하는 등 상품권깡 수법으로 30억 상당의 비자금을 조성해 이중 상당부분을 사적으로 유용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정광진기자 kjche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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