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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보그맘’양동근 “삼둥이 아빠, 이젠 내려갈 각오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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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보그맘’양동근 “삼둥이 아빠, 이젠 내려갈 각오 해야”

입력
2017.12.28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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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스포츠경제 정진영]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넘나들던 ‘반항의 아이콘’이 어느덧 삼둥이 아빠가 됐다. 배우 겸 가수로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한 양동근은 MBC 예능 드라마 ‘보그맘’ 촬영을 마치고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이젠 내가 하고 싶은 일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고 털어놨다. 20대 때 많은 정점을 찍었다고 자평한 이 스타는 이젠 조금씩 내려갈 준비를 하고 있다.

-‘보그맘’을 마쳤다.

“기대를 많이 했던 작품이다. 소재가 신선해서 보여줄 게 많을 거라고 생각을 했다. 그러다 현실의 벽에 부딪혔다. 하하. 개인적으로는 아쉬운 점이 남는 작품이다. 하지만 PD님의 인맥이 만든 수많은 카메오들의 명장면과 ‘엘레강스 맘’들이 보여준 우리 유치원의 현실, 사회 풍자 등은 의미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아쉬움이 남는다고 했는데.

“처음 시작할 때 꿈이 컸던 것 같다. ‘사이보그’ 소재 아니냐. 그 단어가 주는 설렘이 있었다. 사실 나 외에 다른 배우들도 아쉬워했던 것 같다. 12회 안에 많은 걸 담긴 어렵지 않나. 다음 시즌이 나오면 좋을 텐데 조금 모호하게 끝났다. 작가님과 PD님도 12회에 보여주고 싶었던 걸 다 녹이지 못 했다고 안타까워했다.”

-양동근이 장기를 제대로 발휘했다는 평가가 많았다.

“어떤 기사에는 나를 ‘시트콤의 제왕’이라고 썼더라. 얼굴이 뜨거워졌다. 하하. ‘보그맘’은 예능 드라마를 표방한 작품이다. 그래서 정체성이 뭔지 아리송했고, 처음에 접근하기가 쉽지 않았다. ‘시트콤인 것 같은 정극 같은 무언가’라는 설명을 들었다. 고민이 많았던 작품인데 ‘시트콤의 제왕’이라고까지 해주시니 감사할 따름이다. 나로서는 코믹도 해야 하고 정극 같은 연기도 해야 해서 도전할 수 있었던 작품이었다. 힘들다고 느끼기도 했지만, 결과적으로 내가 다 해냈구나 싶어서 뿌듯하다.”

-상대역 박한별과 호흡은 어땠나.

“박한별이 맡은 보그맘은 로봇이었다. 그래서 두 캐릭터 사이의 감정 조절을 최고봉이 다 해야 했다. 그 점 때문에 연기를 할 때 힘들긴 했다. 박한별이 카메라 앞, 뒤에서 도와주려고 많이 애썼다. 사실 내가 현장에서 다른 배우들하고 말을 많이 하는 편이 아니다. 그런데 박한별은 성격이 워낙 좋더라. 털털하고. 나 대신 더 편하게 현장을 리드해 줬던 것 같다. 감사하게 생각한다.”

-‘보그맘’ 종영 직전 박한별이 임신 소식을 알렸다.

“나 역시 거의 촬영 막바지 때 그 사실을 알게 됐다. 날이 너무 추워진데다 뛰어다니는 장면들도 있으니까 본인도 조심스러워졌는지 이야기를 하더라. 몸이 힘들었을 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맡은 캐릭터에 대해서 굉장히 준비를 많이 해가지고 왔다. 대단한 배우라고 생각한다.”

-삼둥이 아빠로서 ‘보그맘’에 등장한 유치원의 현실이 남 일 같지 않았을 것 같다.

“우리 아이도 어린이집에 다니고 있다. 몇 달 동안 어린이집 다니려고 줄 서야 되고, 그런데도 자리가 없고. 그런 현실을 나도 잘 알고 있다. ‘보그맘’에서는 그런 부분들이 재미있으면서도 적나라하게 표현된 것 같다.”

-첫 아빠 역이었다.

“나는 항상 내 나이대와 상황에 맞은 인물을 연기해온 것 같다. 어릴 때는 난민 어린이 같은 인물을 연기했고, 청소년기에는 반항아, 문제아 역도 하고, 대학생 될 때쯤 ‘논스톱’ 같은 데서 대학생 연기도 했다. ‘보그맘’의 최고봉은 아빠라는 점에서 내게 큰 의미가 있는 인물이었다. 아역에서 성인, 성인에서 중년 연기자로 넘어가는 과정이 배우에겐 쉽지 않을 수 있다. 30대 초반부터 ‘나도 나이를 먹고 늙어가는데 앞으로 배우로서 어떤 길을 가야 하나’ 고민을 많이 했다. 아빠 역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보그맘’이 그 시작을 열어줬다. 양동근이 중년 연기자의 신호탄을 쏜 작품이라고 생각해 주시면 좋겠다.”

-작품 선정 기준이 있다면.

“내가 맡을 수 있는 캐릭터가 와일드하거나 과격하거나 반항적이거나 뭐 대체로 그런 것들이었다. 옛날부터 내가 작품을 고르는 편은 아니었다. 회사에서 ‘해야 한다’면서 책 주면 ‘그렇습니까’ 하고 했다. 선택권은 별로 없었던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울며 겨자 먹기로 한 작품들도 많다. 이제 와서 하는 이야기지만 그렇게 억지로 한 작품들은 다 잘 안 됐다. 하하. 그런데 뭐 이건 다 결혼 전 이야기다. 요즘은 뭐든 닥치는 대로 한다. 애가 셋이라는 건 정말 크다. 육아, 집, 가정을 책임지면서 연기를 하는 시간을 살고 있는데, 그러면서 선배들이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을 새삼 하게 됐다. 아무튼 그래서 작품 선정 기준은 따로 없다. ‘일을 달라, 뭐든 하겠다’이다. 이번 달 카드값을 낼 수 있다면 다 하겠다.”

-아쉽지는 않나.

“일을 오래 한 사람이고, 그 책임감을 잘 알기 때문에 결혼 초반에는 일적인 부분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할애하지 못 한다는 게 굉장히 힘들었다. 그러다 우선순위가 바뀌었다. 애도 많이 낳고, 또 나의 반쪽이 힘들어하는 걸 보면서 가정에 대한 책임감이 많이 생겼다. ‘일은 일이고 가정은 가정이고’ 이런 게 난 잘 안 된다. 사실 대부분 그렇지 않나. 가정이 편해야 일도 마음 편히 알 수 있다. 나는 20대 때 너무 많이 달렸다. 드라마, 시트콤, 앨범에서 정점을 너무 많이 찍었다. 너무 위에 있었던 것 같다. 30대를 지나면서 내려오는 게 뭔가라는 걸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받아들일 준비를 하고 있다. 예전에는 잘 살 준비를 했다면 이제는 잘 죽을 준비를 하면서 산다. 대답이 됐을 것 같다.”

사진=폴라리스 엔터테인먼트 제공

정진영 기자 afreeca@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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