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문화계 콘텐츠 파워 갖춰
네이버, 작품 번역 서비스 확대
카카오 “일본 웹툰 플랫폼 키울 것”
연말 극장가는 ‘스타워즈: 라스트 제다이’ 같은 할리우드 유명 신작을 물리치고 우리 영화들이 돌풍을 이어가고 있다. 정우성ㆍ곽도원 주연의 ‘강철비’(14일 개봉)와 하정우ㆍ차태현ㆍ주지훈 등이 출연하는 ‘신과 함께’(20일)다. 27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두 영화는 전날까지 350여만명, 510여만명씩을 스크린 앞으로 불러모으면서 나란히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다.
강철비와 신과 함께는 모두 웹툰을 기반으로 제작된 영화다. 내부자들 이후 2년 여 만에 신과 함께와 강철비가 동반 흥행에 성공하면서 웹툰이 우리 대중문화계에 미치는 ‘콘텐츠 파워’가 얼마나 커졌는지 새삼 눈길이 쏠린다.
북한 내 쿠데타로 북한 권력 1호와 정예요원 엄철우가 남한으로 피신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강철비의 경우 국내 최초로 영화와 웹툰이 동시에 제작됐다. 양우석 감독이 쓴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직접 영화를 연출했고, 웹툰으로도 만들어 다음웹툰과 모바일 웹툰 플랫폼 카카오페이지에 연재 중이다. 카카오는 영화 제작에 소액을 투자했고, 배급사 ‘뉴’와 손잡고 영화 개봉일에 맞춰 다음웹툰에서 강철비 배우들의 이미지를 활용한 이모티콘을 주는 등 이벤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신과 함께는 2011년부터 연재된 주호민 작가의 웹툰이 원작으로, 저승에 온 망자가 자신을 안내하는 저승 삼차사와 함께 49일 동안 7개의 지옥에서 재판을 받으며 벌어지는 독특한 이야기를 그린다. 특히 영화는 관객 수가 1,000만을 넘어설 것으로 점쳐지는데, 이 경우 ‘내부자들’(2015년 개봉)이 갖고 있던 역대 웹툰 기반 영화 최고 기록(707만명)을 갈아치우게 된다.
웹툰 히트작 중에 ‘미생’, ‘치즈인더트랩’ 등이 이미 드라마로 제작돼 인기를 끌며 지적재산권(IP) 가치를 입증했고, 최근에는 웹툰 IP를 바탕으로 한 게임 출시도 늘고 있다. 지금까지 네이버와 카카오에서 연재된 웹툰 15편 정도가 영화로 재가공됐고, 현재도 ‘치즈인더트랩’ ‘좋아하면 울리는’ 등이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정보기술(IT) 업계 관계자는 “웹툰이 영상물의 원작으로 각광받는 이유는 영화 촬영대본처럼 이미 컷 분할이 이뤄져 있어 소설 등보다 쉽게 화면으로 옮길 수 있기 때문”이라며 “작품성과 흥행성이 검증됐다는 점도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웹툰의 영향력이 문화 전방위로 확장하면서 국내 웹툰 관련 상표출원도 2012년 1,571건에서 지난해 3,070건으로 최근 5년간 연평균 14%씩 늘고 있다. 최규완 특허청 상표디자인심사국장은 “다양한 콘텐츠로 재생산되는 웹툰 산업은 지식과 창의력에 기반을 둔 미래 성장동력으로 청년 일자리 창출과 한국의 4차 산업혁명을 이끌 것”이라고 전망했다.
우리나라 웹툰 산업을 일궈 온 네이버와 카카오는 해외에도 웹툰 붐을 확산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네이버는 영어 중국어 태국어 등으로 번역 서비스하는 웹툰 수를 매년 큰 폭으로 늘리고 있고, 카카오는 일본 출시 1년 반 만에 웹툰 플랫폼 2위에 오른 ‘픽코마’를 해외 대표 사업으로 키울 예정이다. 카카오 관계자는 “국내외 주요 영화, 드라마 제작사 등 다양한 파트너들과 협업해 웹툰 IP를 적극 활용, 다양한 성공 모델을 만들어 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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