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명의 목숨을 앗아간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참사와 관련, 건물주와 관리자의 과실 정황이 드러나 이들은 처벌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그렇다면 화재 당시 건물에 있던 다른 직원들은 어떨까. 특히 가장 많은 희생자(20명)가 난 2층 여성 사우나와 직·간접적 관계가 있는 직원들이 구호에 미온적이었다는 증언이 나오면서 경찰의 판단에 귀추가 주목된다.
논란의 중심에 있는 직원은 첫 신고자인 1층 카운터 직원과 2층에 있던 유일한 직원인 여성 세신사다. 27일 경찰 수사본부에 따르면 1층 사우나 카운터에서 근무하던 여성직원 A씨는 지난 21일 오후 3시 53분께 "건물 1층 주차장 차량에 불이 났다"고 119에 신고했다. 이번 화재와 관련 첫 신고였다. A씨는 당시 카운터 내선 전화를 사용했다. 이후 건물 밖으로 빠져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2층에도 전화를 걸어 불이 난 사실을 알렸다고 경찰에서 진술했지만 진위는 확인되지 않았다.
2층 세신사 B씨는 보증금을 내고 사우나에 들어가서 일하는 일종의 개인 사업자로 직원과는 차이가 있다. 당시 B씨는 함께 있던 사우나 이용객들에게 화재 사실을 알리고 건물을 빠져나왔다. 그런데 그는 이 사우나에서 일한 지 얼마 안 돼 건물 구조를 잘 몰랐던 것으로 알려졌다. B씨에게 적극적인 구호활동을 기대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는 얘기다.
A씨와 B씨는 이번 화재 원인과는 직접적 관계가 없는 사람이다. 방화 및 안전 관리 책임도 없다. 그러나 불이 났을 때 구호 의무를 다했는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소방기본법에서는 건물 소유자, 관리자, 점유자에게 화재 발생 때 소방대가 현장에 도착할 때까지 경보를 울리거나 대피를 유도하는 등의 구호활동 또는 진화활동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를 위반하면 1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일차적으로 A씨와 B씨가 소방기본법에서 말하는 점유자에 속하는지 여부가 가장 큰 판단 기준이 된다. 이들이 점유자에 속하지 않는다면 더 적극적인 구호활동에 나서지 않은 도의적 책임을 차치하고, 법적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 다만 소방기본법에 점유자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없어 이들이 점유자에 속하는지는 법률적 판단의 몫이다.
A씨와 B씨를 점유자로 본다고 해도 다툼의 여지가 남아 있다. 주변에 화재 발생 사실을 알린 것만으로 충분한 구호활동을 했다고 볼 수 있느냐는 것이다. 소방기본법에서는 구호 또는 진화활동을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 인명구출의 성공을 요구하지는 않는다. 판례상 자신의 생명과 신체에 대한 위험을 감수하고 구호활동을 이행할 것을 요구할 수도 없다. 경찰 관계자는 "불이 났을 때 A씨와 B씨에게 손님을 대피시켜야 할 법적 주의 의무가 있었느냐가 관건인데, 그동안 비슷한 사례나 판례를 찾지 못했다"며 "현재 법무팀에서 명확한 판단을 위해 법률 검토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21일 오후 3시 53분께 이 스포츠센터에서 발생한 대형화재로 29명이 숨지고, 39명이 다쳤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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