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기, 고위급 협상 막후 역할
윤병세는 이면 합의 줄곧 부인
‘한일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문제 합의 검토 태스크포스(TF)’가 27일 2년 전 위안부 합의를 ‘불균형적 합의’로 판단하면서 당시 협상을 주도했던 외교안보라인에 대한 책임론이 불가피해 보인다. 다만 일각에서 제기된 비선실세 국정농단 주역 최순실씨의 위안부 합의 개입설은 확인되지 않았다.
이병기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이면합의를 포함한 한일 위안부 협상을 이끌었다는 지적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됐다. 주일대사를 거쳐 당시 국가정보원장이었던 이 전 실장은 아베 신조(安倍晉三) 총리의 책사로 불리는 야치 쇼타로(谷內正太郞)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국장과 만나 고위급 협상을 이어갔다. 이 전 실장이 막후 역할을 맡게 된 데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다. 이 과정에서 ‘불가역적’ 표현을 양보했다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소녀상 처리 등 이면합의까지 했다는 게 드러나 책임론이 제기되는 것이다.
한일 위안부 협상에 이면합의는 없다고 줄곧 부인해 온 윤병세 전 외교부 장관 등 외교부 고위인사들도 책임론에서 제외될 수 없다. 윤 전 장관은 한일 위안부 합의 당시 발표문에 소녀상 문제가 포함된 데 대해 “’관련 단체와의 협의 등을 통해 적절히 해결되도록 노력함’이라는 공개 합의는 소녀상 이전을 한국 정부가 합의한 것도, 약속한 것도 아니다”고 단언했다. 윤 전 장관은 지난해 1월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도 “한일 외교장관 발표문 외에 합의문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면합의가 있었다는 사실이 이번에 드러나면서 윤 장관의 거짓말에 비판도 쏟아진다. 이에 대해 윤 장관은 개인 논평에서 “비공개 부분은 합의의 핵심이 아닌 부수적 부분이고 동일 사안에 대해 대외 공개한 내용과 다른 내용을 별도로 합의하는 이면 합의와는 성격이 전혀 다르다”라고 반박했다.
또 2015년 12ㆍ28 합의 당시 언론에 설명을 하면서 이면합의 내용을 전혀 공개하지 않았던 임성남 외교부 1차관과 협상을 실무적으로 지원했던 동북아국 관계자들도 국민을 기망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동현 기자 na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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