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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어김없이… 대구 기부천사, 1억2000만원 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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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어김없이… 대구 기부천사, 1억2000만원 기부

입력
2017.12.27 16:55
2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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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돈 아니라는 생각으로

매달 1000만원씩 떼어놔”

관계자 설득에 6년 만에 첫 만남

60대 부부 수수한 옷차림 나타나

'대구 키다리 아저씨'가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전달한 1억2,000여만원 상당의 수표.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 제공
'대구 키다리 아저씨'가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전달한 1억2,000여만원 상당의 수표.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 제공

“매달 1,000만원씩 다른 통장에 떼어놓고 내 돈이 아니라는 생각으로 살았습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대구에 ‘키다리 아저씨’가 나타나 1억2,000여만원의 수표 한 장을 내놨다. 60대로 추정될 뿐 정확한 나이도 이름도 알 수 없지만 올해로 6년째 성탄절 즈음 나타나 기부를 하고 사라지는 대구의 대표 익명 기부천사다.

성탄절 한 주 전인 18일 올해도 어김없이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로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주말에 시간 되능교(됩니까)? 잠깐 내 이야기 좀 들어줄랍니까.” 특유의 경상도 사투리에 단박에 키다리 아저씨임을 알 수 있었다. 그렇게 6년 만에 처음으로 식사가 성사됐다.

23일 저녁 대구 수성구 한 횟집에서 박용훈 사무처장과 임해은 모금팀장, 김찬희 담당자 등 대구공동모금회 직원 3명은 키다리 아저씨 부부의 얼굴을 처음 마주했다. 해마다 1억여원을 기부하는 60대 노부부는 티셔츠에 외투 하나만 걸치고 나왔다. 검소하고 수수한 서민풍의 인상이었다.

다섯명은 2시간 남짓 소주잔을 기울이며 긴 얘기를 나눴다. “어릴 적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인해 학업을 중단했다”는 키다리 아저씨는 “그때의 어려움을 생각하며 돈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내 돈이 아니다’는 생각으로 매달 통장에 1,000만원씩 모았다”며 “아내와 가족도 뜻에 함께하고 있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지난해 말 1억2,000만원의 기부금을 전달하며 신문 전단지 뒷면에 ‘정부가 못 찾아가는 소외 이웃을 도와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는 메모를 남겼던 그는 이날도 1억2,000여만원 짜리 수표를 건넸다. 이자까지 포함된 것이다.

그가 2012년 2회 등 올해까지 6년간 7차례에 걸쳐 기탁한 금액은 모두 8억4,000여만원. 대구공동모금회 역대 누적 개인 기부액 가운데 가장 많은 액수다. 키는 170∼175㎝ 정도지만 기부자의 상징인물인 키다리 아저씨 칭호를 붙이기에 손색이 없었다. 기부금은 대구 지역의 어려운 이웃들을 위한 생계비와 의료비, 교육비 등에 다양하게 집행될 계획이다.

키다리 아저씨는 모금회 직원들에게 “복지사각지대에 놓인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잘 써주셨으면 좋겠다”며 “밝고 따뜻한 사회를 위해 많은 시민이 나눔에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달라”고 당부했다.

대구공동모금회 관계자는 “어떻게라도 감사의 표시를 드리고 싶어 소식지나 홍보활동을 통해 알리고자 했지만 기부자가 강하게 신분을 밝히지 말아달라고 요청하셨다”며 “기부자의 의견을 존중해 필요한 곳에 성금을 전달해 더 따뜻한 사회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대구=윤희정기자 yooni@hankookilbo.com 김재현기자 k-jeahy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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