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방송 키워드는 ‘공감’이다. 드라마는 팍팍한 현실에 일침을 가하는 사이다 같은 장면이, 예능프로그램은 ‘욜로 여행’ 등을 주제로 한 다큐멘터리 포맷이 대리만족을 선사하며 사랑 받았다. 신예보다 기존 스타들이 색다른 매력을 선보이며 재평가 받았다. 안방극장을 빛낸 스타들에게 이색 상을 주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있으면 재미있고, 없어도 그만인 상으로 올해 방송가를 돌아봤다.
직장인 위로상: KBS2 드라마 ‘김과장’ 남궁민
이영애 복귀작으로 화제를 모은 SBS ‘사임당’에 밀릴 것으로 예상됐던 ‘김과장’은 익살맞은 코미디를 능숙하게 소화한 남궁민을 발판 삼아 도약했다. 주인공 김성룡 과장(남궁민)은 남 눈치 보지 않는 화법으로 직장 내 ‘을’들의 한을 시원하게 풀어줬다. “오늘 다과에 엿이 있네요. 이사님 엿 먹어!” “아버지가 회장이면 개념을 지하주차장에 놓고 와도 돼?”라는 등 찰진 명대사가 카타르시스를 안겼다.
연애의 고수상: KBS2 ‘쌈 마이웨이’ 박서준
KBS2 드라마 ‘화랑’은 처참한 시청률을 기록했지만 5월 방영한 ‘쌈 마이웨이’는 달랐다. 배우 박서준은 ‘쌈 마이웨이’에서 지질하지만 가끔은 멋있는 격투기선수 고동만을 연기하며 주연급으로서 입지를 다졌다. 남녀 친구사이에 오가는 미묘한 정을 현실감 있게 묘사하며 시청자의 마음을 샀다. 박서준은 8월 개봉한 영화 ‘청년경찰’로 500만 관객을 동원하며 스크린에서도 인기를 과시했다.
괴물신인작가상: tvN ‘비밀의 숲’ 이수연
검경 비리와 적폐 청산의 메시지를 담은 tvN ‘비밀의 숲’은 정교한 드라마 구성과 인물 묘사로 호평을 받았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가 선정한 ‘국제 TV드라마 TOP10’에도 이름을 올렸다. ‘비밀의 숲’은 이수연 작가의 데뷔작이다. 평범한 회사원이던 이 작가는 퇴직 후 3년 전부터 ‘비밀의 숲’을 준비했다. 이 작품으로 그는 지난 5일 열린 ‘2017 대한민국 콘텐츠 대상’에서 문화체육관광부장관표창을 받았다.
인생반전상: 양세형
불법 도박의 굴레를 벗고 예능계 샛별로 거듭났다. 타고난 입담을 무기로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에 잇달아 출연하며 재능이 빛을 발했다. 선배들 앞에서도 기죽기 않고 특유의 재치를 발휘해 ‘무한도전’에 잘 녹아 들었다는 평이 나온다. 얄미운 농담을 던져도 선을 넘지 않고 성실한 면모를 보이기도 해 시청자들의 호감을 샀다.
통장요정상: 김생민
“쓸 데 없는데 돈 쓰지 마라”는 말은 누구나 듣기 싫은 잔소리다. 그런데 김생민이 하면 들어도 기분이 나쁘지 않다. 연예계 대표 ‘짠돌이’ 김생민은 “지금 저축하지 않으면 나중에 하기 싫은 일을 해야 한다”, “저축과 재테크는 공기와 같다”는 현실감 어린 명언으로 사랑 받았다. 김생민이 자린고비 행태를 찬양하며 외친 ‘그뤠잇’과 과소비를 통박한 ‘스튜피드’는 유행어가 됐다. 김생민은 시청자들의 영수증을 분석해 호통치는 것만으로도 데뷔 25년 만에 가장 밝고 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박학재치상: 유시민
tvN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알쓸신잡’)에 출연한 유시민 작가는 정치, 사회, 역사와 같은 무거운 주제를 일상으로 끌어왔다. 박학다식에 유머를 섞어 전하면서 유익한 예능프로그램이라는 이색 장르 탄생에 기여했다. 인기에 힘입어 ‘알쓸신잡’ 시즌 2에도 출연 중이다. 최근 MBC ‘무한도전’에서 선정한 ‘올해의 인물’에 올라 ‘무한도전’에 초대손님으로 출연하기도 했다.
이소라 기자 wtnsora2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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