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용지 촬영 10대 무죄
법원 “기표 전에는 투표용지
기표 후에는 투표지” 해석
‘투표지’와 ‘투표용지’의 차이를 해석한 법원의 판결이 처음 나왔다. 법원은 공직선거법이 규정하는 투표지는 선거인이 기표절차를 마친 것이라며 기표하지 않은 투표용지만을 촬영한 행위에 대해서는 처벌규정이 없어 무죄라고 판단했다.
수원지법 여주지원 형사부(최호식 부장판사)는 투표용지를 촬영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재판에 넘겨진 김모(19)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27일 밝혔다.
판결문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 5월9일 치러진 제19대 대통령선거 때 경기 이천시의 한 투표소 내 기표소 안에서 자신의 휴대전화로 투표용지를 촬영했다가 적발됐다. 검찰은 김씨가 ‘누구든지 기표소 안에서 투표지를 촬영해선 안 된다’고 규정한 공직선거법 제256조 제3항을 어긴 것으로 판단, 그를 재판에 넘겼다.
하지만 재판부는 투표지와 투표용지를 구분하고 있는 공직선거법에는 투표용지를 촬영한 행위에 대해서는 처벌 조항이 따로 없다며 김씨의 행위를 무죄로 봤다.
재판부는 공직선거법 제244조 제1항은 ‘투표용지ㆍ투표지ㆍ투표보조용구ㆍ전산조직 등 선거관리 및 단속사무와 관련한 시설ㆍ선거인명부 등을 은닉ㆍ손괴ㆍ훼손 또는 탈취하면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상,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명시하며 투표지와 투표용지를 구분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선거인은 투표용지에 1명의 후보자를 선택해 기표한 다음 사전투표함에 넣어야 한다’(제158조 제4항), ‘사전투표함을 개함한 때에는 투표지를 꺼낸 다음’(공직선거관리규칙 제98조), ‘전송을 마친 선상투표자는 선상투표지를 봉함한 후 선장에게 제출해야 한다’(제158조의 3 제6항) 등의 조항도 같은 예로 제시했다.
재판부는 이런 규정을 근거로 “공직선거법에서 규정하는 투표지는 선거인이 투표용지에 기표절차를 마친 것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고 규정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촬영한 것은 투표지가 아니라 투표용지”라며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이 투표지를 촬영했다고 인정할 수 없다”고 선고이유를 설명했다.
이상현 수원지법 공보판사는 “투표지와 투표용지의 개념을 구별, 투표용지를 촬영한 행위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최초의 사례”라고 했다. 그는 “기표소 내 투표용지 촬영에 대해서도 처벌규정을 만들어야 할지 여부는, 사회적 합의에 이은 국회의 입법절차가 뒤따라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유명식기자 gija@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