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급하는 부가세 환급금
기사에 준 것처럼 월급명세서 조작
25명에 5000만원 챙긴 혐의 대표 입건
기사들 “소급하면 4억원 달해”
묵인 혐의 노조위원장도 조사
택시 기사를 경제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정부가 지급하고 있는 ‘부가가치세 환급금’을 중간에서 빼돌린 혐의로 택시 회사가 경찰 조사를 받게 됐다. 이를 감시해야 할 노동조합 위원장은 회사 착복 사실을 알면서 묵인한 혐의로 경찰에 함께 입건됐다.
26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강동경찰서는 택시업체 D사 대표 A씨와 이 회사 노조위원장 B씨를 업무상 배임 혐의로 불구속 입건해 조사를 하고 있다. 이 회사 전·현직 기사 25명은 회사로부터 받아야 할 부가세 환급금 5,000만원을 받지 못했다면서 지난달 회사 대표를 경찰에 고소했다. 이들은 2014년 1월로 소급할 경우 회사가 기사에게 지급하지 않고 빼돌린 돈이 4억원에 이른다고 주장하고 있다.
회사가 빼돌렸다고 기사들이 말하는 부가세 환급금은 택시 회사가 내는 부가가치세 중 90%를 다시 돌려받는 돈을 말한다. 택시 기사 근무 환경과 복지 개선을 위해 제공되는 조세특례 중 하나로 2009년 50%에서 2010년부터 90%로 환급 비율이 상향됐다. 예컨대 회사가 1억원 부가세를 내면 국가에서 9,000만원을 돌려주고, 회사는 이 돈을 다시 기사들에게 나눠 주는 식이다.
기사들은 “회사가 월급명세서를 조작해 환급금을 기사들에게 준 것처럼 국가에 허위 신고했다”고 주장한다. 기사들은 매일매일 사납금 명목으로 회사에 돈을 내는데, 정해진 액수보다 3,000원을 더 내게 한 뒤 이를 돌려주면서 ‘부가세 환급’이라고 조작했다는 것. 돌려줘야 할 돈을 주면서 마치 부가세를 돌려주는 것처럼 속였다는 얘기다. 한 기사는 “월급명세서에 ‘부가세’라고 적힌 것을 보고 의문이 들었다”며 “구청에 정보공개 신청을 해봤더니 회사 측이 지원금 일부를 빼돌리고 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기사들은 20년 넘게 노조 위원장을 맡고 있는 B씨가 이런 회사 착복 행위를 묵인했다고 진술했다. 회사가 지방자치단체에 부가세 환급액 지급 사실을 신고하려면 노조 위원장 확인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택시 운행을 하지 않는 노조 위원장이 (그 대가로) 다른 이들보다 몇 배 많은 부가세를 받은 기록이 있다”고 기사들은 주장한다. 하지만 B씨는 “사실무근이다“라며 “법 자체가 애매모호한 것이고 개인적으로 대가를 받은 적도 없다”고 밝혔다.
기사들은 회사로부터 불합리한 처우까지 겪고 있다고 말한다. “고소 직후 회사가 주야간 교대근무를 지시하며 차량을 내주지 않아 지난달 100만원도 못 벌었다” “회사가 네비게이션도 달려있지 않은 고물차를 배차해줬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D사 측은 “더 주면 더 줬지 덜 준 것은 전혀 없고 네비게이션도 기사 개인이 분실한 것”이라며 “경찰 수사 중인 사안으로 일부 기사의 주장에 대해 부당이득반환청구 소송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정반석 기자 banseo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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