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 희생자 마지막 영결식
박한주ㆍ박재용 목사 발인
교인들 찬송 부르다 눈물바다
“사비 털어 초등생 장학금 마련
솔선수범했던 모습 잊을 수 없어”
“만나 보자, 만나 보자, 저기 뵈는 저 천국문에서…”
26일 오전 8시 충북 제천시 제천서울병원 장례식장 운구차량 주변에 찬송가가 울려 퍼졌다. 박한주(62) 중앙성결교회 목사와 박재용(43) 드림성결교회 목사를 추도하는 교인 200여명의 찬송은 이내 통곡으로 바뀌었다. 두 목사의 관을 실은 차량은 고인들의 천국환송예배가 열린 중앙성결교회에서 교인들과 작별인사를 나눈 뒤 화장터인 ‘영원한 쉼터’로 향했다. 이날은 제천 화재 참사 희생자 29명 중 아직 장례를 마치지 않은 4명의 발인식이 열린 날이다.
교인들은 고인들을 ‘의좋은 형제’라고 기억한다. 나이 차는 제법 나지만, 박재용 목사가 재작년 드림성결교회를 세워 독립하기 전까지 중앙성결교회에서 부목사를 맡아 박한주 담임목사와 각별히 지냈다고 한다. 사고 당일에도 둘은 충주시에서 열린 기독교대한성결교회 주최 행사를 함께 다녀온 뒤 사우나에 들렀다가 변을 당했다.
2000년대 초반 지역 봉사단체에서 박한주 목사와 인연을 맺었다는 박병훈(57)씨는 “박한주 목사가 사비를 털어 초등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쥐어준 모습을 보고 교회에 다니기 시작했다”며 “두 목사 모두 제천에서 훌륭한 인품으로 유명했던 분들”이라고 했다. 주말마다 중앙성결교회 식당에서 일한다는 한 교인은 “최근까지 교회 앞길에 쌓인 눈을 손수 쓸던 박한주 목사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라며 매사 솔선수범했던 두 사람을 추억했다.
두 목사에 앞서 오전 7시 첫 발인이 이뤄진 신명남(53)씨 빈소엔 가족을 비롯한 30여명이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평소 신씨 성격이 워낙 밝아 모든 이들과 원만히 지냈다는 지인들 말처럼, 이곳엔 신씨 남편의 지인과 딸의 친구까지 찾아와 고인을 추모했다. 사진 속에서 여전히 웃고 있는 신씨 모습을 바라보던 박모(57)씨는 “구김살 없는 모습에 동네에서 인기가 많았던 분”이라며 눈시울을 붉혔고, 최근까지 신씨가 다녔다는 피트니스센터 주인 박희정(45)씨는 “하늘서도 본인 이름처럼 신명 나게 지내실 거라 믿는다”며 “여전히 신씨가 떠났단 사실을 믿을 수 없다”고 가슴 아파했다.
오전 9시 정희경(56)씨 발인을 끝으로 이번 사건 희생자는 모두 영면에 들었다. 남편 윤창희(64)씨는 “사건 당일 휴대폰 너머로 들려온 ‘아무것도 안 보인다, 숨을 못 쉬겠다’는 아내의 절박한 목소리가 여전히 귓가에 맴돈다”고 했다. 그는 “최근 리모델링했다는 건물에서 이런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는 게 아직도 어이없고 분하다”며 정확한 조사와 책임자 처벌을 요구했다.
제천=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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