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 정권 부동산 경기 부양책 여파
올해보다 14% 늘어난 44만가구
서울 강남ㆍ서초 등 강남 4구는
재건축 위주 분양 탓에 변동 적고
지방에선 집값 떨어질 가능성 커
역전세난ㆍ깡통주택 생길 수도
내년에 입주하는 새 아파트가 전국에서 44만 가구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부동산 규제 강화와 금리인상 등 산적한 주택시장 위축 요인에 입주물량까지 더해지며 역전세난 등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입주물량이 증가했음에도 오히려 집값이 뛴 올해처럼 지역에 따라 가격변동률이 차이가 날 것이란 관측도 적잖다. 가격상승 여력이 충분한 인기지역은 여전히 가격이 오르고, 그렇지 않은 지역은 더 많이 떨어질 수 있는 양극화가 심화할 것이란 이야기다.
26일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내년 전국 아파트 입주 물량은 43만9,611가구로 집계됐다. 올해(38만3,820가구)보다 14.5%(5만5,791가구) 늘어나는 규모다. 이는 노태우 정부 당시 주택 200만 가구 건설 계획에 따라 입주가 본격화한 1992년 40만4,198가구, 94년(41만4,469가구), 95년(41만9,430가구)보다 많다. 역대 최대 입주물량(1997년 43만2,128가구)까지 넘어섰다. 2000년 이후 연간 입주 물량이 40만 가구를 초과한 적도 없었다. 내년 입주 폭탄은 박근혜 정부가 ‘빚내서 집 사라’는 식의 대대적인 부동산 경기 부양책을 내놓고 건설사들도 앞 다퉈 분양에 나선 결과다.
지역별로 보면 서울의 입주물량이 올해 2만7,048가구에서 내년 3만4,703가구로 늘어난다. 강남4구(강남ㆍ서초ㆍ송파ㆍ강동구)의 입주물량도 같은 기간 9,696가구에서 1만5,542가구로 60.3% 증가한다.
그러나 입주물량 증가가 곧 바로 집값 하락으로 이어지진 않을 전망이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강남4구는 재건축ㆍ재개발 위주로 아파트 분양이 이뤄진 만큼 1만5,500가구의 입주물량 중 일반분양 분은 많아야 30% 수준”이라며 “시장에 영향을 줄 규모가 아니기 때문에 내년에도 인기지역인 강남권 집값 상승세는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양지영 R&C연구소장도 “내년에는 대출규제 강화 등 위축요인이 많지만 서울은 워낙 그 동안 공급이 없었기 때문에 입주물량 증가에도 집값은 오름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그는 “정부 규제로 상승폭은 올해보다 둔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올해(1월2일~12월21일) 강남(6.10%)ㆍ서초(5.14%)ㆍ송파(8.93%)ㆍ강동(6.41%)구의 아파트 가격 상승률은 서울 평균(4.70%)은 물론 전국 평균(1.00%)을 크게 웃돌았다.
이와 달리 지방에선 입주물량 증가가 집값 하락의 촉매 역할을 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경기 지역의 내년 입주물량(16만1,992가구)은 올해(12만8,842가구)보다 25.7% 늘어난다. 평창 동계올림픽 수혜를 누리고 있는 강원도 올해(5,959가구) 대비 내년 입주 물량(1만6,674가구)이 179.8%나 급증한다. 전북은 같은 기간 5,765가구에서 1만3,229가구로 129.5%, 충북 역시 85.6%(1만2,266가구→2만2,762가구)나 증가한다.
이렇게 늘어난 입주물량이 역전세난을 불러오고, 역전세난이 전세가격 하락→급매물 증가→매매가격 하락으로 이어지며 부동산 시장 침체를 불러올 수 있다는 지적도 없잖다. 역전세난은 전세가격이 떨어져 집주인이 세입자의 전세금을 제때 돌려주지 못하는 현상을 일컫는다. 양 실장은 “정부 규제로 ‘똘똘한 매물’ 선호 심리가 강해진 다주택자들이 가격상승여력이 적은 지방의 주택부터 처분에 나서면 이들 지역의 집값 하락은 속도가 붙을 가능성도 높다”고 지적했다.
매매수요가 없는 수도권이나 지방의 비인기지역에선 집값이 전세금 이하로 떨어지는 ‘깡통주택’도 등장할 수 있다. 최근 입주물량이 물린 경기 화성 동탄ㆍ남양주 등이 위험지역으로 꼽힌다. 입주를 포기하는 경우가 늘면서 잔금을 제때 회수하지 못한 건설사가 유동성 위기에 빠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미분양 우려도 나온다. 내년 새로 분양되는 민영 아파트는 전국에서 41만7,786가구다. 최근 5년 평균(2013~2017년ㆍ30만7,774가구)보다 35.7% 많은 규모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지역별 입지나 개발호재 등에 따라 청약결과가 명확히 갈리는 청약 양극화 현상이 내년엔 더 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변태섭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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