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ㆍ육아하며 일할 수 있어야
출산장려책 넘어 여성 삶 해결”
기존 대책 패러다임 전환 주문
임신 기간 중 육아휴직 허용 등
정부, 여성 일자리대책 대폭 확대
문재인 대통령은 26일 “심각한 인구 위기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마지막 골든타임이 지금”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여성이 결혼, 출산, 육아를 하면서도 일과 삶을 지켜나갈 수 있도록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출산장려정책에 집중됐던 저출산 대책의 패러다임 전환을 주문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새정부 첫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간담회를 열고 “올해 출생자 수가 36만명 정도라고 한다. 50만명대에서 40만명대로 떨어졌다가 30만명대로 사상 최저 수준”이라며 우려를 표시했다. 이어 “합계 출산율이 1.3 미만이면 초저출산이라고 하는데 우리나라는 2002년부터 무려 16년 동안 초저출산 국가가 지속되고 있다”고 문제의 심각성을 거듭 지적했다. 문 대통령은 직접 저출산위원회 위원장을 맡을 정도로 저출산ㆍ고령화 문제를 주요 국정과제로 여기고 있다.
문 대통령은 또 “지금까지 저출산 대책들은 실패했다, 충분하지 못했다고 인정할 수밖에 없다”고 역대 정부 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지금까지는 대체로 결혼, 출산, 육아에 대한 부담을 줄여주는 출산장려정책을 해왔다고 생각한다”며 “이제는 출산장려대책을 넘어 여성들의 삶의 문제까지 관심을 가지고 해결하는 쪽으로 나아가야 할 것 같다”고 주문했다. 결혼과 출산, 육아가 여성들의 삶과 일을 억압하지 않는 사회를 만드는 게 저출산 문제의 근본 대책이라는 게 문 대통령의 설명이다.
위원회는 이날 간담회에서 “출산율과 출생아 수 자체를 목표로 하는 국가주도 정책이 아니라 결혼, 출산 등 삶의 방식에 대한 개인의 선택을 존중하고 출산과 자녀양육을 인권으로 인정하는 ‘사람 중심 정책’으로 전환하겠다”고 저출산 정책의 전환을 약속했다. 이어 4대 추진 방향으로 ▦일ㆍ생활 균형 ▦안정되고 평등한 여성 일자리 ▦고용ㆍ주거ㆍ교육 개혁 ▦모든 아동과 가족 지원을 제시했다. 만 8세 이하 자녀를 둔 부모의 근로시간을 임금 삭감 없이 의무적으로 1시간 줄이고, 남성의 육아휴직 사용을 장려하기 위해 2세 이하 자녀를 둔 남성이 총 30일까지 사용할 수 있는 단기 육아휴가 신설 등도 추진하기로 했다.
한편 정부는 이날 고용노동부와 여성가족부, 보건복지부 등 관계부처 합동으로 차별 없는 양질의 여성일자리를 만들기 위한 ‘현장의 목소리를 담은 여성일자리 대책’을 발표했다. 이번 대책은 여성들의 주된 경력단절 원인인 임신과 육아로 인한 고충해소에 초점을 맞췄다. 내년 하반기부터 임신한 상태에서의 육아휴직이 가능하도록 법개정을 추진하고, 하루 2시간의 근로시간 단축 청구권을 임신 기간 내내 사용할 수 있게 하는 등 임신 근로자에 대한 지원도 강화한다. 또 출산휴가 중 계약기간이 끝난 기간제 근로자도 출산휴가급여를 지급받도록 할 계획이다. 배우자 출산휴가를 2022년까지 최대 10일(현행 3일)로 확대하고, 육아휴직급여도 인상해 나간다.
정부는 아울러 임금과 승진, 해고 등에서 성별로 인한 차별을 금지하는 내용이 담긴 남녀고용평등법과 근로기준법의 관련 조항들을 5인 미만 사업장에도 적용되도록 법을 개정하기로 했다.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정지용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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