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특위 연장ㆍ임명동의안 처리 등
한국당과 대화 순탄치 않아
이건희 회장 차명계좌 처리 놓고
당정 불협화음도 수면 위로
근로시간 단축 등 입장 차 여전
‘한때 우군’ 노동계와도 갈등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연말 정국 운영의 돌파구를 찾지 못해 고전하는 분위기다. 자유한국당의 반대로 12월 임시국회가 공전을 거듭하는 가운데 긴밀한 조율을 거쳐야 할 정부와 일부 사안에서 이견을 노출하고 있으며 전통적 우군인 노동계와도 관계가 매끄럽지 못하기 때문이다.
여당 입장에서는 임시국회 일정 및 민생 법안과 고위공직자 임명동의안 처리가 기약 없이 늘어지면서 부담이 확대되고 있다. 특히 민주당은 김성태 원내대표 체제 출범 이후 한국당의 공세 수위가 높아지면서 협상에 난항을 겪는 모습이다. 민주당의 원내 핵심관계자는 26일 “김 원내대표가 전형적인 노총 지도부 출신의 협상전략을 쓰고 있어 협상 상황을 예단하기 쉽지 않다”면서 한국당과의 대화가 이전보다 순탄치 않음을 내비쳤다. 실제 지난 22일 본회의 무산 때까지 국회 헌법개정특위 연장과 운영위원장 문제로 맞섰던 한국당은 이후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의 아랍에미리트(UAE) 특사 파견 국정조사와 청와대 탄저균 백신 수입 문제 등으로 전선을 확대시키면서 민주당 지도부를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정권 초 긴밀한 협력이 요구되는 정부와의 관계에서도 일부 엇박자가 감지된다. 민주당이 지난 국정감사에서 거둔 성과의 하나로 평가 받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차명계좌 후속 처리가 대표적이다. 민주당은 국감 이후 이건희 차명계좌 태스크포스(TF)까지 별도로 출범시키며 강력 제재에 드라이브를 걸어 왔다.
하지만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최근 과징금 부과 방침에 제동을 걸면서 당정간 불협화음으로 번지고 있다. 지난 22일 국회 정무위 전체회의에서 이 문제를 둘러싸고 최 위원장과 설전을 주고 받았던 박용진 민주당 의원은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도 “최 위원장이 금융행정혁신위원회의 (과징금 부과 취지의) 권고안을 거부했다”면서 “과징금 부과를 거부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권고안을 무시하는 게 납득하기 어렵다”고 각을 세웠다.
야당 시절 아군 역할을 했던 노총과의 관계도 원만치 않다. 특히 최대 현안인 근로시간단축 문제는 노동계와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한 채 갈등의 골만 더욱 깊어지는 양상이다. 지난 14일 당 원내지도부와 한국노총 지도부 사이의 비공개 정책협의회에서는 양측간 고성이 오갈 정도로 분위기가 격앙됐다. 여기에 수배중인 민주노총 지도부의 기습적인 민주당 당사 점거와 수감 중인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 석방 요구 등으로 상황은 더욱 꼬이고 있다. 당 내부에서는 “노총의 무리한 요구까지 들어줄 경우 원활한 국정운영에 어려움이 뒤따를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당초 이날 예정됐던 문재인 대통령과 당 원내지도부간 오찬 회동이 갑자기 취소된 것 또한 뒤숭숭한 당내 분위기와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 나왔다. 민주당 원내 핵심관계자는 “정부 및 노총과의 불협화음은 중재와 조정 과정에서 정제되지 않은 문제로 인해 발생한 것 같다”며 “당정청간 정책조정 과정을 좀 더 세밀하고 정교하게 다듬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고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김성환 기자 bluebir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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