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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천 화재 참사] “우리 일이 잘해야 본전이라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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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천 화재 참사] “우리 일이 잘해야 본전이라지만…”

입력
2017.12.26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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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력ㆍ장비 부족한데 비난만 쏟아져…

소방관들 트라우마

25일 오후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희생자 합동분향소를 찾은 충북 제천소방서 및 소방당국 관계자들이 헌화를 마치고 묵념하고 있다. 연합뉴스
25일 오후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희생자 합동분향소를 찾은 충북 제천소방서 및 소방당국 관계자들이 헌화를 마치고 묵념하고 있다. 연합뉴스

“위험하다고 구조도 못할 거면 소방관은 왜 뽑았냐.”

21일 오후 발생한 제천 노블 휘트니스 스파 화재 진압 초기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점을 지적한 기사에 달린 한 네티즌의 댓글이다. 또 다른 포털사이트에도 “물만 뿌리다 질식사로 다 죽여 놓고” “소방복만 입으면 전문가냐” 등 원색적인 비난 글이 줄을 이었다. 심지어 소방관들도 최선을 다했다는 글에는 “전국 소방서X들이 한가하니 옹호 댓글 다느라 정신이 없다” 등 조롱 섞인 악플 마저 눈에 띄었다.

참사 현장에서 화마와 사투를 벌였던 소방관들을 비난하는 일부 네티즌들의 악성 댓글이 도를 넘었다. 턱 없이 부족한 인력과 열악한 장비를 갖고도 기꺼이 화마 속으로 몸을 던진 구조대원들에게 큰 상처를 주고 있다는 지적이다.

충북소방본부 소속 한 대원은 “생명을 지키는 것을 사명으로 하는 소방관들이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며 “우리 일이 잘 해야 본전이라는 것을 알지만 마녀사냥식 여론몰이로 모든 것이 소방관의 책임인 것처럼 몰아가려는 것 같아 억울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현장에서 시신을 수습하는 과정에서 트라우마로 고생하는 동료들도 있다”며 “화재 초기 수십 명이 동시에 출동하는 서울 등 수도권, 광역시에 비해 지방의 경우 인력과 장비 등이 열악하다는 것도 알아달라”고 하소연 했다.

그의 말처럼 이번 화재진압 과정에서 제천 등 지방소방서의 열악한 현실이 여실히 드러났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21일 오후 3시53분 신고 접수 뒤 노블 휘트니스 스파 화재 현장에 출동한 선착대원은 13명이었다. 법적 기준인 최소 22명에 턱 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이마저도 2명은 병역 대체인력이라 즉시 현장에 투입할 대원은 11명뿐이었다. “결과적으로 화재 초기 부족한 인원을 휘트니스 센터와 인근 액화석유가스(LPG) 탱크에 나눠 배치하다 보니 효과적인 구조활동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진화 및 구조장비도 열악하기 짝이 없다. 제천소방서가 보유한 고가 사다리차와 굴절차는 각 1대가 고작이고, 충북지역 소방차 가운데 4분의 1이 사용 연한을 넘겨 노후했다는 내용은 이미 잘 알려진 얘기다. 한 소방대원은 “선심성 행사에는 돈을 펑펑 쓰면서도 주민들의 생명과 직결된 소방예산 확대에는 인색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허만성 우송대 소방안전관리과 교수는 “소방인력과 장비 확충, 소방직의 국가직 전환을 통한 예산 증액 등이 유기적으로 맞물려야 재난상황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매뉴얼을 구축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제천=한덕동 기자 ddhan@hankookilbo.com

박은성 기자 esp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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