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런 끔찍한 사고가 이 조용한 고장에서 발생했는지…아직도 믿겨지지가 않아요”
26일 오후 충북선 제천역 앞 택시승강장에서 만난 김종선(61)씨는 화재 참사 이야기를 꺼내자 길게 말을 잇지 못했다.
중앙동 문화의거리 상인 이모(41)씨는 “작은 동네에서 모두 이웃 같은 분들인데, 화마에 돌아가셨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미어진다”고 울먹였다.
제천이 깊은 슬픔에 빠졌다. 거리를 오가는 시민들의 얼굴엔 웃음기가 사라졌고, 활기 넘치던 세밑 분위기는 무겁게 가라앉았다.
66명의 사상자를 낸 불의의 화재 참사는 중부내륙의 고즈넉한 소도시를 한 순간에 통한의 도시로 만들어버렸다.
제천시는 화재 직후부터 모든 공식 행사를 중단하고 희생자 애도에 나서고 있다. 각 기관과 학교들도 행사를 자제하는 등 애도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제천종합실내체육관에 마련된 합동분향소에는 황망한 죽음을 기리는 조문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26일 오후 현재 5,930명의 시민들이 분향했다.
제천시청 1층 로비와 제천시민회관에 차려놓은 간이 분향소에도 시민들의 조문이 이어지고 있다.
충북도와 제천시는 30일까지 화재 참사 희생자 애도 기간으로 정했다. 모든 공무원은 ‘근조’리본을 달았고, 시민들의 동참도 늘고 있다.
침통한 분위기 속에서도 이웃들의 상처를 보듬는 나눔 사랑은 곳곳에서 피어나고 있다. 제천시자원봉사센터 등 시민들은 급식, 장례 차량지원 등 자원봉사에 나섰다.
제천시보건소는 유가족의 심리적 안정을 위해 애쓰고 있다. 22일부터 지금까지 부상자와 유족 등 102명의 심리 치료를 했고, 심리상담 122건도 진행했다.
이 심리 치료에는 국립정신건강센터, 국립공주병원 등의 전문가들이 참여했다. 충북도는 희생자 유족과 도 공무원이 1대 1로 연결하는 방식으로 장례와 재난심리 치료 등을 도왔다.
26일 제천서울병원에서는 신모(53)씨 등 희생자 4명의 영결식이 엄수됐다. 이로써 이번 참사 희생자 29명의 장례식이 모두 마무리됐다.
박인용 제천부시장은 이날 제천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견디기 힘든 상황에서도 잘 버텨 주신 유가족께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 앞으로 재발방지와 유가족 등의 심리 안정에 더욱 힘쓰겠다”고 말했다.
재발 방지를 위해 사고 원인을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았다.
류건덕 씨 등 유족 대표 5명은 “저희가 누구를 처벌하고자 하는 게 아니다. 초기 골든타임을 놓친 이유가 소방장비와 인력 부족 때문이었던 만큼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좋은 대처 매뉴얼을 만들어달라”고 요구했다.
제천시는 자체적으로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시 관계자는 “재난방지 태스크포스(TF)팀을 꾸려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며 “곧 구체적인 안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한덕동 기자 dd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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