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여차례 정상회담 불구 인색
오바마 1명, 최다는 존슨 12명
“취임 첫해 국빈 초청을 하지 않은 미국 대통령”.
1월 취임 후 한 해 동안 여러 돌발 행동으로 주목받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또 하나의 오명을 얻었다. 그것도 미 대통령 역사상 약 한 세기 동안 누구도 얻지 못한 타이틀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후 1년간 해외 정상들과 100차례 넘는 회담을 했지만 어느 누구도 국빈으로 초청하거나 백악관 국빈 만찬을 대접하지 않았다고 25일(현지시간) AP통신이 지적했다.
백악관역사협회에 따르면 임기 1년 차에 국빈 초청을 빠뜨린 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 앞서 캘빈 쿨리지 30대 대통령(1924년 취임)이 유일했다. 역대 미 정상들은 첫해에 최소 1명(버락 오바마 44대 대통령), 최다 12명(린든 존슨 36대 대통령)의 외국 정상을 백악관으로 국빈 초청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가장 가능성이 높던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마저 플로리다주 팜비치에서 진행했다.
국빈 초청이 중요한 이유는 어떠한 외교 행사보다 동맹 등 양국 간 우호 관계를 효율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의 부인 로라 여사의 비서실장이었던 애니타 맥브라이드는 AP통신에 “국빈 방문은 전통적으로 중요 관계에 있는 국가들이 전략적 유대와 우정을 보여주기 위해 활용했다”며 “백악관은 이를 드러내기에 최고의 국제무대”라고 설명했다. 미국의 국빈 방문은 백악관 남쪽 잔디밭에서 열리는 성대한 환영행사로 시작해 군 의장대 사열, 대통령 집무실에서 진행되는 정상회담, 의회와 기업인을 포함한 대규모 만찬 등으로 이뤄진다.
트럼프 대통령이 국빈 초청을 하지 않은 데는 여러 이유가 꼽힌다. 그는 대선 후보 시절 오바마 전 대통령을 겨냥해 시 주석 등 외국 정상과의 국빈 만찬을 종종 비난한 데다 올해 의회와의 갈등, ‘러시아 스캔들’ 등으로 백악관이 어수선했던 점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거꾸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아시아 순방에서 우리나라와 중국, 베트남을 국빈 방문한 경험을 “감명 깊었다. 대단했다”며 외교 성과로 포장하는 등 모순적 태도를 취하고 있다.
트럼프의 첫 국빈 초청이 미뤄질수록 누가 그 주인공이 될지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국빈 초청이 없었던 데 대해 “단일 이유는 없다”며 “내년 초 (외국 정상의) 국빈 방문 일정을 잡길 바라고 있다”고 밝혔다.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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