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개발도상국 제품에 대해 관세면제 등 혜택을 주는 일반특혜관세제도(GSP)의 기한이 이달 31일로 종료된다. 이는 미 공화당과 민주당이 연내 GSP 연장 입법에 실패함에 따라 빚어진 결과로, 자칫 연장 입법이 늦어지면 GSP의 혜택을 받아온 120여 개발도상국은 대미 수출 장벽 강화로 심각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 이 경우 개발도상국에 진출해 제도의 혜택을 받아온 우리 기업들도 대미 수출에 차질을 빚게 된다. 다만 미 공화ㆍ민주 양당 모두 내년 1월 의회가 소집되면 즉시 해당 입법에 착수하겠다는 입장이어서 당장 큰 혼란이 빚어지진 않을 전망이다. 그렇다 해도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보호무역을 강화하는 추세이기 때문에 GSP 적용 기준은 계속 깐깐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25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 의회의 연장 입법 실패로 GSP 기한인 31일을 넘기게 됐다고 보도했다. 미 의회조사국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은 120개국, 3,500여개 상품(190억 달러 규모)에 이 제도를 적용했다. GSP는 선진국이 개발도상국의 농산물이나, 공산품의 완제품 및 부품에 대해 대가 없이 관세를 낮추거나 면제해주는 제도다. 개발도상국의 수출 확대와 공업화를 촉진하는 동시에 선진국 기업도 저렴한 가격으로 부품을 조달하고 소비자들도 낮은 가격의 혜택을 볼 수 있다. 적시에 연장 입법이 이뤄지지 않으면 이들 국가는 치명적인 대미 수출 장벽을 경험하게 된다. 미 의회는 2013년 이 제도가 만기됐을 당시에도 2년 뒤인 2015년에야 갱신했다.
이번에도 연내 시한 연장이 물 건너갔으나 공화당과 민주당 모두 GSP 연장을 지지하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상원 재정위원회 소속 론 와이든(민주당) 의원 측은 “공화당이 세금 개혁안을 밀어붙이는 데만 전념해 GSP 입법에 실패했다”며 공화당이 늑장을 부린 탓으로 돌렸다. 재정위 의장인 오린 해치 공화당 의원의 대변인은 “1월 의회가 소집되면 가능한 빨리 GSP를 연장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350여개의 미국 기업 및 협회들이 GSP 연장에 나설 것을 촉구하는 서한을 의회에 보내기도 했다. 이들은 서한에서 GSP연장 입법이 늦어지면 미국 소비자들과 중소 업체들이 피해를 입게 된다며 2년의 시간을 끌었던 과거의 잘못을 반복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트럼프 지지세력인 보호무역주의자들은 “인도 등이 GSP를 오랫동안 악용해왔으며 전임 정부가 너무 느슨하게 운영했다”고 비판하고 있다. 커티스 엘리스 미국일자리동맹(AJA) 창립자는 극우매체 브레이트바트 기고에서 “인도는 어느 수치로도 (GSP에 포함될) 자격이 없다"면서 "인도는 일상적으로 미국의 지식재산권을 훔치고 높은 관세와 세금, 부패한 관료주의를 통해 미국의 인도 진출을 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GSP 적용 대상에서 인도를 제외해야 한다는 주장이지만, 미국이 최근 인도ㆍ태평양전략을 제시하며 인도와의 파트너십을 강조하고 있는 흐름과는 배치된다.
다만 트럼프 정부가 GSP 기준을 엄격하게 적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22일 우크라이나에 대해 지적재산권 보호가 미흡하다는 이유로 GSP 특혜 일부를 연기했다. 이에 대해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시장 접근에 대해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겠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보냈다”며 “트럼프 행정부는 다른 나라들이 무역 관계에서 책임을 다하는지 확실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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