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태용(맨 오른쪽) 한국 축구국가대표팀 감독./사진=KFA 제공.
[한국스포츠경제 박종민] 연말이 되면 으레 대학교수들이 꼽은 올해의 사자성어가 발표된다. 올해는 '파사현정(破邪顯正)‘이 뽑혔다. 사악하고 그릇된 것을 깨고 바른 것을 드러낸다는 말로 정권 교체 등 정치권의 상황을 빗댄 것으로 풀이된다.
축구계도 정치권 못지않게 다사다난했다. 한국 축구는 우려 속에서 올 한 해를 시작했지만, 다행히 연말에 유종의 미를 거뒀다.
◇‘사면초가(四面楚歌)’에 놓였던 슈틸리케호
한국 축구와 울리 슈틸리케(63ㆍ독일) 전 대표팀 감독의 끝은 좋지 못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올 초부터 극심한 비판 여론에 직면했다. 2018년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부진을 이어갔던 탓이다. 슈틸리케호는 3월 23일 중국 창사에서 펼쳐진 중국과의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 6차전에서 0-1로 지는 수모를 당했다. 이전까지 한국은 중국과 전적에서 18승 12무 1패로 압도적 우위를 점했지만, 중요한 경기에서 무릎을 꿇으며 9회 연속 월드컵 본선행 실패에 대한 위기감이 고조됐다. 한국은 5일 뒤 열린 시리아와 최종예선 7차전에서 1-0으로 이겼으나, 졸전 끝에 간신히 얻은 승리였다. 슈틸리케호는 이후 6월 13일 벌어진 최종예선 8차전 카타르와 경기에서 선제골을 허용하고 끌려간 끝에 2-3으로 패했다. 적에게 둘러싸여 누구의 도움도 받을 수 없는 사면초가에 놓였던 한국 축구는 이틀 뒤 슈틸리케 감독 경질이라는 칼을 빼 들며 분위기 쇄신을 노렸다.
◇과도기 신태용호는 ‘혼용무도(昏庸無道)’
혼용무도는 어리석고 무능한 군주의 잘못된 정치로 인해 나라 상황이 마치 암흑에 뒤덮인 것처럼 어지러움을 의미한다. 신태용(47) 감독이 대표팀 사령탑을 맡게 된 7월부터 11월까지 축구계는 혼용무도 상태였다. 축구협회 전ㆍ현직 수뇌부를 둘러싼 잡음이 끊이질 않았다. 9월 조중연(71) 전 대한축구협회장과 이회택(71) 전 축구협회 부회장 등 전ㆍ현직 임직원 12명이 협회 공금을 개인적으로 사용한 혐의로 경찰에 입건됐다. 김호곤(66) 전 기술위원장과 노제호 히딩크재단 사무총장간 오간 거스 히딩크(71ㆍ네덜란드) 감독 영입 제안 카카오톡 메시지의 진실공방을 두고도 논란이 일었다. 신 감독은 한국 축구를 러시아 월드컵 본선에 올려놨지만, ‘히딩크 영입설’로 인해 여론으로부터 자진 사퇴 압박을 받기도 했다. 한준희(47) KBS 축구해설위원은 당시 본지와 인터뷰에서 “풀 뿌리 현장부터 축구협회에 이르기까지 합리성의 덕목이 강화돼야 한다”며 어지러운 축구계 전반에 일침을 가했다.
◇안정 찾은 신태용호, ‘고진감래(苦盡甘來)’
신 감독이 부임한 지 6개월째다. 그는 부임 후 대표팀 분위기에 적응하고 선수단과 호흡을 맞추느라 첫 네 경기에서 2무(월드컵 최종예선) 2패(친선전)라는 부진한 성적을 냈지만, 11월부터 조금씩 안정을 찾아갔다. 11월 열린 2차례 친선전에서 1승 1무를 기록한 신태용호는 이번 달 열린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구 동아시안컵)에서 2승 1무의 성적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지난 16일 펼쳐진 결승전 일본과 경기에서는 4-1 대승을 거두며 대회 2연패라는 값진 수확을 올렸다. 축구계의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 사퇴 압박까지 받았던 신 감독은 마침내 ‘고생 끝에 낙이 찾아온다’는 고진감래를 경험했다. 그는 우승 직후 ‘마음고생이 많았을 것 같다’는 취재진의 말에 “국내에서 많은 말들이 나와 어려움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면서도 “그래도 11월 평가전 때 선수들이 잘해줬고, E-1 챔피언십을 통해서도 자신감을 얻었다. 러시아 월드컵 로드맵을 자신 있게 준비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신태용호는 3월 28일 폴란드 원정에서 폴란드와 최종 모의고사를 가진 뒤 6월 러시아 월드컵 조별리그 무대에서 같은 F조에 속한 스웨덴(18일), 멕시코(24일), 독일(27일)과 차례로 맞붙는다.
박종민 기자 mini@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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