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운명은 노래 따라간다고 했던가.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은 그들이 낸 곡처럼 올해 누구보다 ‘쩔어’(대단하다란 뜻의 속어)있었고, 데뷔 후 가장 따뜻한 ‘봄날’을 맞았다. 한국 가수 최초로 미국의 빌보드 앨범차트 ‘빌보드 200’ 톱10 진입, 뉴욕타임스 선정 ‘미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가수 50’ 아시아 가수 유일 선정 등.
‘비욘드 더 신(Beyond The Scene)’, 즉 현실 너머란 뜻이 담긴 팀명(BTS)처럼 방탄소년단은 꿈처럼 팝 음악의 본고장인 미국에서 K팝의 새 역사를 썼다. 방탄소년단의 ‘빌보드200’ 7위 기록은 ‘강남스타일’로 2012년 전 세계를 ‘말춤’추게 만들었던 싸이도 밟아 보지 못한 고지였다.
방탄소년단은 아메리칸뮤직어워즈 등 미국 3대 음악 시상식 중 두 곳에서 초청받았다. 미국 신년 맞이 최대 특집 쇼인 ABC ‘딕 클라크스 뉴이어스 로킹 이브’에도 나간다. ‘쩔어’(2015ㆍ화양연화)로 입소문을 타기 시작해 ‘피 땀 눈물’(2016ㆍ윙스)로 팬덤을 키운 뒤 ‘DNA’(2017ㆍ러브 유어셀프 승 허)로 맺은 열매다.
방탄소년단의 활약은 “K팝의 새로운 가능성”(김상화 음악평론가)을 보여줬다는 데 의미가 있다. 방탄소년단은 절도 있는 ‘칼군무’와 세련된 힙합 음악 위에다 여느 아이돌그룹에선 찾기 어려운 스토리를 입혀 K팝의 매력을 확장했다. ‘학교 3부작’에선 꿈을 잃은 학생들을, ‘청춘 3부작’에선 열정 페이 등 청춘들이 공감할 수 있는 소재를 노래에 녹여냈다. 국적을 넘어 전세계 10~20대의 전폭적인 지지가 쏟아졌다. 극소수 마니아 문화로만 여겨졌던 K팝을 주류 음악 시장으로 끌어올릴 수 있었던 비결이었다.
하지만 방탄소년단 일곱 사내의 숨겨진 매력은 더 있다. 이들은 신곡 ‘마이크 드롭’에서 “누가 내 수저 더럽대”라고 랩을 한다. SMㆍYGㆍJYP엔터테인먼트처럼 막강한 회사 출신이 아니라는 이유로 데뷔 초부터 받아왔던, ‘흙수저 그룹’의 설움을 노래한 것이다. 방탄소년단은 56㎡(17평)의 연습실에서 3년 동안 ‘피 땀 눈물’을 흘리며 데뷔를 준비했다. 과연 데뷔는 할 수 있을까란 걱정에 매일이 두려웠다. 2,000원짜리 짜장면으로 겨우 배를 채우면 차비가 없어 집까지 걸어가야 했다. 2013년 데뷔 뒤에도 ‘방시혁이 탄생시킨 소년단’이란 비아냥을 들어야 했다. 너도 나도 해외진출을 외치는 요즘, 방탄소년단 멤버엔 그 흔한 ‘해외파’도 없다. 멤버 6명이 거창 등 지방 출신들이다. 저마다의 팔도 사투리를 자랑하는 ‘팔도강산’이란 곡을 낸 적도 있다.
역설적이게도 세계인들은 방탄, 아니 이 ‘사투리 소년단’의 아픔을 적극 지지했다. 방탄소년단의 공식 트위터 계정은 한국 최초로 1,000만 팔로워(구독자)를 넘어섰다. 미국, 일본 등 해외 팔로워 비율이 85%에 이른다. ‘사투리 소년단’의 일곱 사내는 이렇게 두터운 해외 팬들의 지지를 바탕으로 내년 다시 해외 K팝 무대를, 빌보드 차트를 휩쓸 꿈을 꾼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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