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2017 문화인물] 56㎡ 연습실에서 ‘피 땀 눈물’… K팝 진화 이끈 ‘사투리 소년단’
알림

[2017 문화인물] 56㎡ 연습실에서 ‘피 땀 눈물’… K팝 진화 이끈 ‘사투리 소년단’

입력
2017.12.26 14:54
16면
0 0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이 지난 8일부터 10일까지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공연하는 모습. 2018년 소원은 미국 빌보드 앨범 차트 1위다.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제공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이 지난 8일부터 10일까지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공연하는 모습. 2018년 소원은 미국 빌보드 앨범 차트 1위다.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제공

가수 운명은 노래 따라간다고 했던가.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은 그들이 낸 곡처럼 올해 누구보다 ‘쩔어’(대단하다란 뜻의 속어)있었고, 데뷔 후 가장 따뜻한 ‘봄날’을 맞았다. 한국 가수 최초로 미국의 빌보드 앨범차트 ‘빌보드 200’ 톱10 진입, 뉴욕타임스 선정 ‘미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가수 50’ 아시아 가수 유일 선정 등.

‘비욘드 더 신(Beyond The Scene)’, 즉 현실 너머란 뜻이 담긴 팀명(BTS)처럼 방탄소년단은 꿈처럼 팝 음악의 본고장인 미국에서 K팝의 새 역사를 썼다. 방탄소년단의 ‘빌보드200’ 7위 기록은 ‘강남스타일’로 2012년 전 세계를 ‘말춤’추게 만들었던 싸이도 밟아 보지 못한 고지였다.

방탄소년단은 아메리칸뮤직어워즈 등 미국 3대 음악 시상식 중 두 곳에서 초청받았다. 미국 신년 맞이 최대 특집 쇼인 ABC ‘딕 클라크스 뉴이어스 로킹 이브’에도 나간다. ‘쩔어’(2015ㆍ화양연화)로 입소문을 타기 시작해 ‘피 땀 눈물’(2016ㆍ윙스)로 팬덤을 키운 뒤 ‘DNA’(2017ㆍ러브 유어셀프 승 허)로 맺은 열매다.

방탄소년단의 활약은 “K팝의 새로운 가능성”(김상화 음악평론가)을 보여줬다는 데 의미가 있다. 방탄소년단은 절도 있는 ‘칼군무’와 세련된 힙합 음악 위에다 여느 아이돌그룹에선 찾기 어려운 스토리를 입혀 K팝의 매력을 확장했다. ‘학교 3부작’에선 꿈을 잃은 학생들을, ‘청춘 3부작’에선 열정 페이 등 청춘들이 공감할 수 있는 소재를 노래에 녹여냈다. 국적을 넘어 전세계 10~20대의 전폭적인 지지가 쏟아졌다. 극소수 마니아 문화로만 여겨졌던 K팝을 주류 음악 시장으로 끌어올릴 수 있었던 비결이었다.

하지만 방탄소년단 일곱 사내의 숨겨진 매력은 더 있다. 이들은 신곡 ‘마이크 드롭’에서 “누가 내 수저 더럽대”라고 랩을 한다. SMㆍYGㆍJYP엔터테인먼트처럼 막강한 회사 출신이 아니라는 이유로 데뷔 초부터 받아왔던, ‘흙수저 그룹’의 설움을 노래한 것이다. 방탄소년단은 56㎡(17평)의 연습실에서 3년 동안 ‘피 땀 눈물’을 흘리며 데뷔를 준비했다. 과연 데뷔는 할 수 있을까란 걱정에 매일이 두려웠다. 2,000원짜리 짜장면으로 겨우 배를 채우면 차비가 없어 집까지 걸어가야 했다. 2013년 데뷔 뒤에도 ‘방시혁이 탄생시킨 소년단’이란 비아냥을 들어야 했다. 너도 나도 해외진출을 외치는 요즘, 방탄소년단 멤버엔 그 흔한 ‘해외파’도 없다. 멤버 6명이 거창 등 지방 출신들이다. 저마다의 팔도 사투리를 자랑하는 ‘팔도강산’이란 곡을 낸 적도 있다.

역설적이게도 세계인들은 방탄, 아니 이 ‘사투리 소년단’의 아픔을 적극 지지했다. 방탄소년단의 공식 트위터 계정은 한국 최초로 1,000만 팔로워(구독자)를 넘어섰다. 미국, 일본 등 해외 팔로워 비율이 85%에 이른다. ‘사투리 소년단’의 일곱 사내는 이렇게 두터운 해외 팬들의 지지를 바탕으로 내년 다시 해외 K팝 무대를, 빌보드 차트를 휩쓸 꿈을 꾼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