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명(地名)을 풀면 ‘땅의 이름’이다. 땅에 이름을 붙이려면 어떻게든 구획을 해야 한다. 눈에 보이게 구획을 하든, 마음속에 구획을 하든 해야 이름을 붙일 수 있다. 이미 구획이 되어 있는 경우에는 이름을 붙이기가 편하다. 그런 땅이 대표적으로 ‘섬’이다.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인위적으로 구획하여 이름을 붙인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의 ‘전라도’, ‘경상도’와 같은 지역들은 서로 붙어 있지만 사람들이 예전 행정 단위의 명칭을 붙여 오늘에 이르고 있을 뿐이다.
지명인지 아닌지 헷갈리는 경우도 없지 않다. 대표적인 것이 나라 이름이다. 나라는 일정한 영토와 거기에 사는 사람들로 구성된 정치적 사회 집단이다. 이러한 개념을 존중한다면 나라 이름을 지명이라고 하기는 힘들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 이름은 ‘대한민국’이고, 우리나라가 위치하는 지역의 이름은 ‘한반도’로 구분할 수 있다. 그러나 모든 나라들이 일정하게 구획된 땅에 자리 잡고 있어 대개 나라 이름을 지명으로 생각하며, 국어사전들도 흔히 그렇게 분류한다.
정확한 통계는 없으나 일반 국민들의 일상생활에서 가장 흔히 입에 오르내리는 지명의 종류는 아마 동네 이름일 것이다. 도시 이름이 그 뒤를 잇고, 지방 이름이 또 그 뒤를 잇지 않을까 싶다. 이러한 지명은 땅의 나이만큼이나 역사가 깊어 대개 여러 차례 변화를 겪는다. 그런 것들 중에는 ‘장승백이’처럼 유래가 읽히는 것도 있지만, 서울 양천구의 동네 이름인 ‘신트리’처럼 아직 어원이 밝혀지지 않은 지명도 많다. 이렇게 어원이 불확실한 지명일수록 우리말의 고유한 모습을 간직하고 있을 확률이 높을 것이다. 그런 까닭에 아주 소소한 지명이라도 지리나 지도 전문가들께서 잘 모아주시기를 바라본다.
김선철 국립국어원 언어정보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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