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사들 얼굴 수시로 때리고 '여동생 데려오라' 성희롱 일삼아"
"피해병사들 8개월간 4차례 신고…가해자는 '주의' 조치만"
"신고한 병사들에게 감찰실에선 '안 하는게 좋다' 회유도''
공군의 한 부대에서 간부가 병사들을 상대로 구타와 가혹행위 등을 일삼았으나 군 내에서 사건을 은폐·축소하려 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군인권센터는 26일 "강릉에 있는 공군 제18전투비행단 대공방어대에서 A정비반장이 소속 정비반 병사들에게 장기간에 걸쳐 반복적인 구타, 가혹행위, 성희롱 등을 벌였다"며 "피해자들이 8개월간 4차례에 걸쳐 신고했으나 가해자는 주의 조치만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군인권센터가 피해자들로부터 받은 제보 내용에 따르면 정비반 부서장인 A반장은 병사 5명을 상대로 지난해 말부터 올해 4월까지 구타와 가혹행위 등을 일삼았다.
그는 전날 먹은 술이 덜 깬 채로 출근해 병사들 뺨을 때리거나 장난삼아 병사들 얼굴을 수시로 때렸다. 병사 두명을 불러놓고 서로 때리라고 시킨 적도 있었다고 한다.
"이 XX" "어휴 저 XXXX" 등 폭언을 하는가 하면 병사가 점심시간에 다소 일찍 사무실로 복귀하면 자신의 수면을 방해했다는 이유로 "너는 집에서 아버지가 주무시는데도 그렇게 들어오냐"고 윽박질렀다고 센터 측은 주장했다.
성희롱 피해도 발생했다고 센터 측은 밝혔다. 한 병사에게 여동생을 부모 초청 행사에 함께 오라고 거듭 강조하고 "여동생은 너무 어려서 안될 것 같고 누나 정도면 내가 어떻게 해볼만 하지 않겠어. 내가 매형이 될 수도 있어"라는 말을 다른 병사에게 했다고 한다.
병사들에게 개인 빨래와 설거지를 시키고 당직사관 근무시 일지 작성 등 본인 업무를 당직병에게 전가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일과 뒤에도 병사들을 사적으로 불러 개인 물통, 히터, 군화 등을 가져오라는 심부름도 시켰다고 센터 측은 전했다.
병사들은 2차례 대공방어대장에게 피해를 신고했으나 별다른 조치를 받지 못했다. 이에 비행단을 책임지는 지휘관 비행단장에 신고해 조사를 받게 됐으나 감찰실에서는 도리어 "신고를 안하는 게 너희들을 위해 더 좋다"는 식으로 회유했다고 한다.
군인권센터는 "이후 가해자에게 내린 조치는 '주의' 조치에 불과했고 '3개월 유예기간'을 두는 지시도 내렸다"며 "피해자와 가해자는 분리 조치 없이 계속 한 공간에서 근무했다"고 강조했다.
또 "부대 내에서 문제가 처리되지 않으리라 판단한 피해자들은 지난 9월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도 제기했다"며 "감찰실은 확인서를 작성하는 이들에게 "사실이 아닌 것을 적으면 가만 안두겠다"며 협박하기에 이르렀다"고 주장했다.
군인권센터 관계자는 "피해자 신고에도 비행단장, 대공방어대장 등은 사건을 축소·은폐하며 수사도 진행하지 않았다"며 "감찰과장도 도리어 가해자를 옹호하며 피해자들을 무고죄 등으로 겁박하는 등 용인할 수 없는 행태를 보였다"고 비판했다.
이어 "아무런 보호조치 없이 가해자와 피해자가 계속 같은 곳에서 근무하면서 가해자의 보복이 계속되고 있다"며 "가해자를 피해자들과 즉각 분리시키고, 가해자와 피해자를 보호해야 할 직무를 유기한 책임자들을 엄중 처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공군 측은 "공군본부 차원에서의 조사를 통해서 명확한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관련 규정과 절차에 의해 엄정하게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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