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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올해의 10대 국제 뉴스] 트럼프 “美 우선주의” 시진핑 “중국몽”… G2 세계질서 주도권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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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올해의 10대 국제 뉴스] 트럼프 “美 우선주의” 시진핑 “중국몽”… G2 세계질서 주도권 경쟁

입력
2017.12.26 04:40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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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취임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는 경제, 이민, 외교안보 등 전방위에서 세계 질서를 흔들고 있다. 지난 6월 백악관에서 파리기후협약 탈퇴를 알리는 기자회견 중인 트럼프 대통령. UPI 연합뉴스
지난 1월 취임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는 경제, 이민, 외교안보 등 전방위에서 세계 질서를 흔들고 있다. 지난 6월 백악관에서 파리기후협약 탈퇴를 알리는 기자회견 중인 트럼프 대통령. UPI 연합뉴스

트럼프 세계와 불화하다

1월 취임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공식 선언하고 경제, 이민, 외교안보 등 전방위로 이를 적용해 세계 질서를 뒤흔들었다. 보호무역주의 기조에 따라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을 현실화했으며 파리 기후변화협약과 유네스코(UNESCO), 유엔 국제이주협정(GCM)에서도 줄줄이 탈퇴해 다자협력 체제를 크게 약화시켰다. 동맹ㆍ비동맹을 가리지 않는 압박에 우리 정부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에 돌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안보와 관련해서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 회원국과 한국, 일본 등 동맹국에 대해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강력히 요구하며 실익을 추구하고 있다. 미국 내에서는 이슬람 6개국 국민 입국금지, ‘드리머’(미등록 이주 청년) 보호 제도 폐지 등 반(反)이민 결정이 이어져 갈등이 격화했다.

시진핑 2기 체제 개막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10월 제19차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 대회)를 통해 집권 2기를 열었다. 시 주석은 19차 당 대회 이후 핵심 지도부를 측근들로 채우고 2인자와의 상하관계를 공식화하면서 1인 체제를 확립했다. 여기에 시 주석의 이름을 딴 ‘시진핑 신시대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 사상’이 공산당 당장(黨章ㆍ당헌)에 올라가면서 그는 마오쩌둥(毛澤東)에 비견되는 위상을 갖추게 됐다. 시진핑 2기의 중국은 대내적으로는 샤오캉(小康ㆍ중산층) 사회 건설과 사회주의 현대화를, 대외적으로는 중화민족의 중흥을 주창하는 ‘중국몽’을 내세워 미국 중심 세계질서에 도전할 것으로 보인다. 시 주석은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대조적으로 세계화와 자유무역의 수호자를 자처하며 중국의 영향력 확대에 나서고 있다.

김정남 말레이서 피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인 김정남이 2월 13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화학무기인 맹독성 신경작용제 VX에 의해 독살됐다. 말레이 수사당국은 북한인 남성 4명의 지시를 받은 베트남 여성 도안 티 흐엉과 인도네시아 여성 시티 아이샤가 김정남을 공격했다고 결론 내렸으나, 북한은 이런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이 사건으로 고모부 장성택(2013년)에 이어 이복형까지도 권력장악을 위해서라면 제거하는 김정은 정권의 잔혹성이 드러났으며 오랜 맹방이던 북한과 말레이의 관계는 단교 직전까지 악화됐다. 김정남 암살 사건은 17개월간 북한에 억류됐다 혼수상태로 풀려나 지난 6월 숨진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 사건과 함께 올해 11월 미국이 9년 만에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다시 지정하는 계기가 됐다.

지난 3월22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국회의사당 인근의 테러 현장에서 토비아스 엘우드(양복 차림) 외무차관이 테러범 공격을 받고 쓰러진 경찰관을 응급처지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지난 3월22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국회의사당 인근의 테러 현장에서 토비아스 엘우드(양복 차림) 외무차관이 테러범 공격을 받고 쓰러진 경찰관을 응급처지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뉴욕, 런던… 세계 주요도시 테러 공포

3월 22일 영국 런던의 관광명소인 국회의사당을 습격하기 위해 웨스트민스터 브리지를 폭주한 승용차가 무고한 시민 5명을 희생시킨 것이 시작이었다. 스웨덴 스톡홀름 노르말름구역 트럭폭주테러(4월 7일ㆍ5명 사망), 런던 런던브리지 승합차 폭주 및 버러마켓 습격 테러(6월 3일, 8명 사망), 스페인 바르셀로나 람블라스 거리 승합차 폭주 및 동시다발 테러(8월 17일ㆍ16명 사망), 뉴욕 맨해튼 웨스트가 트럭돌진 테러(10월 31일ㆍ8명 사망) 등 전세계 관광객이 몰리는 ‘꿈의 도시’들이 일제히 테러공격에 함락됐다. 특히 폭탄이 아닌 승합차나 트럭 등 차량을 이용한 ‘로테크(low-tech) 테러’에 평범한 시민 및 관광객들이 희생되면서 유명 관광지를 걷다가 테러의 희생자가 될 수 있다는 ‘공포의 보편화’가 정점을 찍었다.

카탈루냐, 쿠르드… 거세지는 분리ㆍ독립운동

300년 이상 앙숙 관계였던 스페인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의 힘겨루기는 10월 1일 카탈루냐의 독립투표로 절정에 달했다. 90% 이상 압도적 찬성으로 카탈루냐 독립투표안은 가결됐으나 분리주의의 확산을 우려한 국제사회는 외면했고, 스페인 정부는 사상 최초로 헌법 155조를 발동, 카탈루냐 자치정부ㆍ의회를 해산시켰다. 카탈루냐 독립파 지도자들은 체포되거나 망명객 신세로 전락했다. 스페인 정부 주도로 12월 21일 실시된 지방선거에서는 분리독립파가 승리했으나, 분리파와 잔류파의 갈등은 끝이 보이지 않는다. 이 밖에도 세계 최대 ‘소수민족’인 쿠르드족의 이라크로부터 독립 주민선거(9월), 이탈리아 롬바르디아주와 베네토주의 자치권 강화 주민투표(10월) 등 세계 각지에서 소수민족(지역)의 정체성 보존과 자치권 보장 요구가 분출했다.

중동ㆍ아프리카 철권 통치자들의 퇴장

현존하는 최장 독재자 중 하나였던 로버트 무가베 짐바브웨 대통령이 무혈 쿠데타 끝에 37년간의 철권 통치를 마치고 퇴진했다. 감비아도 야히아 자메 전 독재정권 몰락 후 23년 만에 첫 자유ㆍ민주 선거를 치렀고, 예멘을 33년간 통치해 온 알리 압둘라 살레 전 대통령이 반군에 의해 사살되는 등 아프리카ㆍ중동 지역의 독재 지도자들이 역사 너머로 퇴장했다. 2011년 ‘아랍의 봄’과 같은 대규모 민주화 혁명은 없었으나 반대 정치 세력이 힘을 키워 독재를 일단락 지었다. 하지만 여전히 이들 국가의 민주화를 보장할 정치적ㆍ사회적 기반이 약해 불안은 이어질 전망이다. 예멘은 사우디아라비아 주도 동맹군 대 이란의 지원을 받는 후티 반군 간 내전이 격화하고 있고, 짐바브웨 무가베의 뒤를 잇는 에머슨 음난가그와 대통령은 “무가베보다 더 폭력적인 인물”(위키리크스)로 평가 받은 바 있다.

성폭력 고발 운동 ‘미투’ 캠페인의 진원지인 미국 로스앤젤레스 할리우드에서 시위대들이 고발 동참을 촉구하는 내용의 현수막과 피켓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성폭력 고발 운동 ‘미투’ 캠페인의 진원지인 미국 로스앤젤레스 할리우드에서 시위대들이 고발 동참을 촉구하는 내용의 현수막과 피켓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미투’ 성폭력 고발 운동 전 세계 확산

미국 할리우드의 거물 제작자 하비 와인스틴의 성추문이 터진 이후 성폭력 고발 운동인 ‘나도 당했다(#Metooㆍ미투)’ 캠페인이 전 세계로 확산됐다. 10월 와인스틴은 피해 여성들의 폭로로 수십 년간 배우 지망생과 직원 등을 성추행한 사실이 드러나 자신이 설립한 영화제작사에서 쫓겨났다. 이후 미투 캠페인이 가속화해 배우 더스틴 호프만, 케빈 스페이시 등 또 다른 할리우드 거물급 인사뿐 아니라 미국, 영국, 프랑스 등 주요국 정치인들을 겨냥한 성폭력 고발이 쏟아졌다. 미투 캠페인은 약 한 달 만에 전 세계 85개국으로 확산, 약 1,700만개 관련 트윗을 낳았다. 미 시사주간 타임은 미투 운동에 참여한 여성들을 ‘침묵을 깬 사람들’이라고 명명하며 올해의 인물로 선정했고, 메리엄-웹스터 사전도 미투 캠페인과 미국 사상 최대 규모 집회였던 3월 ‘여성들의 행진’을 포괄해 ‘페미니즘’을 올해의 단어로 꼽았다.

IS, 이라크ㆍ시리아 주요 근거지서 패퇴

2014년 이래 전 세계 테러를 감행하며 맹위를 떨쳤던 극단주의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가 시리아, 이라크 내 주요 근거지에서 패퇴했다. 양국 정부군뿐 아니라 미국, 러시아 등이 지원하는 동맹군은 이라크 모술(7월), 시리아 락까(10월), 데이르에조르(11월) 등 IS의 주요 거점을 3년여 만에 탈환했다. 미 주도 동맹군은 최근 이라크와 시리아에 남아 있는 IS 조직원이 3,000명도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IS가 천명했던 이슬람 극단주의 기반의 ‘칼리프 국가(초기 이슬람 신정일치국)’ 수립은 사실상 실패로 돌아갔다. 하지만 IS의 추종자들이 테러 등 무력 공격을 이어 가고 있어 극단주의의 여파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IS 조직원들 또한 인적이 드문 이라크ㆍ시리아 사막 및 산악지대 등지에서 게릴라식 저항을 지속할 것으로 관측된다.

미얀마 탄압에 로힝야족 난민 전락

8월 25일 미얀마 라카인주에서 로힝야족 무장조직 아라칸 로힝야 구원군(ARSA)이 미얀마 군경 초소를 공격한 이후 미얀마 군부의 로힝야족 탄압이 본격화하면서 대규모 난민사태가 발생했다. 불교국가 미얀마에서 탄압 받아 온 무슬림 소수민족 로힝야족에 대한 미얀마 군부의 탄압은 유엔이 ‘인종청소’라고 규정할 정도로 잔혹했다. 국제인권단체들은 군부가 로힝야족에 대한 살해, 성폭행, 방화 등을 저질렀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지난 8월 이후 미얀마-방글라데시 국경을 넘은 난민이 63만명을 상회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한편 미얀마 군부의 영향력을 의식해 이 사태에 침묵한 미얀마 실권자인 아웅산 수치 국가 자문역의 위상은 땅에 떨어졌다. 그는 영국 옥스퍼드시, 아일랜드 더블린시 등으로부터 명예시민 자격을 박탈당하는 등 불굴의 민주화 운동가에서 인종청소의 방관자로 전락했다.

美 금리 3차례 인상… ‘저금리 시대'의 종언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올해 총 세 차례(3ㆍ6ㆍ12월)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지난해 0.50~0.75%였던 미국의 기준금리는 어느새 1.25~1.50%까지 뛰어올랐다. 금융위기 이후 8년 넘게 시중에 풀린 통화는 4조5,000억달러 규모에 달한다. 본격적인 긴축이 시작되며 사실상 초저금리 시대의 종언이 고해지고 있다. 시장에선 미국이 내년에도 금리를 3회 안팎 인상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은행도 지난달 말 6년여 만에 전격적으로 금리를 인상하며 긴축 신호탄을 쐈다. 미 기준금리 상단이 한은 기준금리(1.50%)와 같은 상황에서 내년 미국이 추가 인상을 단행하면 양국 간 금리 역전은 불가피해진다. 내년 한은의 추가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도 나오지만 1,400조원을 넘어선 가계부채가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왕구 기자 fab4@hankookilbo.com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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