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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짜는 지주사에 넘기고 ‘속 빈 강정’ 된 롯데제과

입력
2017.12.26 04:4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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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사업 부문 넘기고 부채 떠안아

주가 두 달 사이 35%나 하락

당분간 재무구조 개선 쉽지 않아

‘롯데제과’가 롯데지주사 출범 이후 악화한 재무구조로 주가 하락이 계속되고 있다. 롯데그룹이 지주사 체제로 완전히 전환하고 지주사가 안정을 찾기까지 기업 가치 하락이 멈추기 힘들 전망이라 롯데제과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10월 30일 롯데지주사 출범 이후 주식 시장에서 재상장한 롯데제과 주가는 두 달 사이 무려 3분의 1 이상 하락했다. 재상장 첫날인 10월 30일 롯데제과 주식은 22만5,500원에 거래가 시작됐으나, 지난 22일 종가는 14만5,500원으로 35.4%나 떨어졌다.

롯데제과 주가 하락은 지주사 출범 과정에서 롯데제과의 알짜 해외사업이 지주사로 넘어간 영향이 크다. 롯데그룹은 지난 10월 롯데제과를 투자부문(존속법인)과 사업부문(신설법인)으로 인적 분할해 투자부문을 바탕으로 롯데지주를 출범시켰다. 롯데는 이 과정에서 롯데지주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롯데제과 매출의 20% 정도를 차지하는 중국 등 해외 사업 부문 전부를 지주사에 넘겼다. 롯데제과의 매출 감소를 우려한 투자자들이 롯데제과 주식을 내다 파는 이유다.

지주사 출범과정에서 재무구조가 악화한 것도 롯데제과 기업가치 하락의 원인이다. 롯데제과는 회사 분할ㆍ재상장 과정에서 전체 자산의 절반 정도를 롯데지주에 넘겼지만 부채는 이보다 많은 76% 정도 떠안았다. 이는 롯데제과의 부채비율을 높이는 결과로 이어졌다.

제과업계 관계자는 “지주사를 안정적으로 출범시키기 위해 롯데제과가 희생한 것이지만 주가 하락이 보여 주듯 이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좋지 않다”며 “지주사 출범으로 제과업계 강자 롯데제과가 ‘속 빈 강정’이 됐다고 말하는 평가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롯데제과의 기업가치 회복이 단기간에 이뤄지기 어렵다는 점이다. 롯데그룹이 완전히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기 위해선 롯데지주가 롯데그룹 내 남아 있는 순환출자 구조를 해소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롯데지주가 자회사 주식을 더욱 확보해야 하고, 결국 막대한 비용 소요로 롯데제과 등 계열사들은 지주사에 대한 암묵적 지원을 이어갈 수밖에 없다.

일각에서는 롯데제과가 실적 회복을 위해 해외 사업부를 롯데지주로부터 재매입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하지만 이 마저 쉽지 않다. 해외 사업부 인수를 위해선 자금이 필요한 데 유상증자 말고는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유상증자는 롯데제과 주식 가치를 희석해 주가를 더 떨어뜨릴 수 있다.

롯데제과 관계자는 “지주사 출범 이후 인도 아이스크림 회사를 1,645억원에 인수하는 등 자체적으로 해외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며 “지주사로 넘어간 해외 사업부를 다시 인수할지에 대해선 아직 결정된 사항이 없다”고 말했다.

민재용 기자 insigh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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