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구조 개선안 의결
사회이사로만 구성해 투명성 제고
금융당국 지적사항 사실상 수용
금감원 “회장 뽑을 때 예의주시”
하나금융지주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 구성원이었던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이 앞으로는 회추위에 참여할 수 없게 된다. 이에 따라 하나금융 회추위는 김 회장을 배제한 채 전원 사외이사로만 구성된다. 이번 조치는 금융지주 최고경영자(CEO)들이 자신이 포함된 회추위를 통해 ‘셀프연임’을 하고 있다는 당국의 비판이 이어진 뒤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CEO 승계 과정 개선에 대한 금융당국의 요구사항을 사실상 수용한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25일 하나금융에 따르면 지난 22일 이사회에선 이러한 내용을 골자로 한 새 지배구조 개선안이 의결됐다. 이에 따라 내년 3월 임기가 끝나는 하나금융지주의 차기 회장을 뽑는 회추위는 윤종남 이사회 의장을 포함한 사외이사 7명으로만 이뤄지게 됐다. 그 동안 하나금융 회추위는 지주회장과 사외이사들로 구성돼 있었다. 물론 이전에도 회장 본인이 후보인 경우 회추위 의결권 행사엔 제한이 있었다. 그러나 지배구조 논란이 커지자 잡음을 없애기 위해 아예 회추위 구성 단계부터 지주회장을 배제시키기로 한 것이다.
이와함께 하나금융은 위험(리스크) 관리 기능의 독립성을 강화하기 위해 리스크관리위원회에서도 사내이사(김병호 하나금융 부회장ㆍ함영주 하나은행장)들을 제외하기로 했다. 리스크관리위도 사외이사로만 구성된다는 이야기다.
하나금융은 또 CEO 승계절차 투명성 제고 차원에서 내ㆍ외부 CEO 후보군 선정 절차와 추천 기준 등도 더 명확히 했다. 사외이사 선임 과정에서도 객관성과 투명성을 담보하기 위해 주주와 외부자문기관 등 추천 경로를 넓히기로 했다. 이는 사외이사들이 회장의 입맛에 따라 선임되고 있다는 비판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은 “사외이사들이 경영진을 견제하는 역할을 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고 꼬집었다.
하나금융의 조치는 최근 금융감독원이 하나금융의 지배구조 검사 결과에 따라 내린 ‘경영유의’ 지적 사항 7건을 받아들인 것이기도 하다. 윤종남 하나금융 이사회 의장은 “감독 당국의 지배구조개선 요구사항을 모두 반영해 객관성, 투명성, 공정성을 강화한 지배구조 개선안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하나금융은 당국의 권고를 수용해 개선안을 만들고 공정성 시비 논란을 잠재운 만큼 김 회장의 3연임 도전을 본격화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금감원 관계자는 이날 “하나금융이 회장 선임 절차 전에 제도적 투명성을 갖춰 다행이라 본다”며 “다만 제도를 마련한 것과 이를 취지에 맞게 제대로 운영하는 것은 별개”라고 선을 그었다. 이 관계자는 “관건은 이사회가 차기 회장을 뽑을 때 유효한 경쟁이 이뤄지도록 제도를 운영하는 것”이라며 “이전처럼 유력 후보가 자동 연임하는 식으로 제도를 운영하는지 예의주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김동욱기자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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