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딩성 퀴논시와 자매결연 맺고
이성진 교수와 백내장 수술지원
우수 인재 선발 장학금 혜택도
라이따이한 위한 사랑의 집짓기 등
베트남 내 한국 이미지 개선 앞장
“베트남은 자외선이 강해 백내장 환자가 유독 많아요. 주민들이 실명 위험에 늘 노출돼 있습니다.”
25일 서울 용산구 순천향대 서울병원에서 만난 이성진 안과 교수는 베트남의 실정을 이 같이 설명했다. 그는 “베트남 실명인구 10명 중 7명이 백내장 때문에 시력을 잃었다”며 “한쪽 눈 실명자가 약 100만명으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이 교수가 베트남 상황에 눈을 뜨게 된 것은 서울 용산구 덕분이었다. 용산구는 베트남전 당시 맹호부대의 주둔지이자 한국군의 학살이 자행됐던 빈딩성에서 한국의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해 1997년 빈딩성 퀴논시와 자매결연을 맺고 우호교류사업을 진행해왔다.
이 교수는 2012년 3월 용산구 대표단과 함께 퀴논시를 찾아 의료보건 협력사업을 논의했다. 현지 병원은 3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병실에 550여명의 환자가 입원할 정도로 만성 병상부족에 시달렸고, 1일 평균 700여명에 달하는 외래환자를 80여명의 의료진이 막아내고 있는 실정이었다.
현지 상황을 파악한 이 교수와 용산구 대표단은 한국에 돌아온 후 본격적으로 지원사업을 준비했다. 용산구에 본사가 있는 아모레퍼시픽이 2억원을 후원해준다고 해 준비작업에 속도가 붙었다. 이 교수는 “백내장 치료에 필요한 현미경, 인공렌즈, 수술기구 등 모든 장비를 따져보니 약 3억원 정도의 예산이 필요했다”며 “상황을 전해 들은 안과장비 업체 대표들의 도움으로 2억원에 모든 준비를 마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듬해 5월 이 교수와 용산구 대표단은 퀴논시 종합병원을 찾아 환자를 받았다. 이 교수는 “장비와 의료진들이 간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된 것이 아니었다”며 “현지 주민들과의 의사소통 문제 등 예상치 못했던 변수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다행히 이 문제는 한국에서 유학생활을 한 젊은이들이 해결했다. 이 역시 용산구 지원사업의 결실이었다. 용산구는 2010년 10월 숙명여대와 ‘외국인 우수인재 유학지원 협력’ 협약을 맺고 퀴논시 거주 우수학생을 선발했다. 2011년 부이 티 리 리(25)가 행정학과에 입학한 이후 3명의 퀴논시 출신 학생이 숙명여대를 졸업했고, 3명이 재학 중이다.
경제학과 2학년에 재학 중인 응우엔 낌 하안(21)은 “어학당에서 공부해 한국어능력시험을 치른 뒤 경제학과에 입학했다”며 “등록금과 기숙사비 등을 지원받고 있어 학업에만 열중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경제학과 1학년에 재학 중인 레띠 호 디엡(20)은 “내가 받은 혜택을 사회에 돌려주고 싶다”고 밝혔다. 실제로 이들은 졸업 후 본국으로 돌아가 1년간 퀴논시 소재 국제교류사무소에서 통역업무를 맡게 된다. 또 숙명여대 유학생 출신들을 중심으로 장학재단 설립도 추진하고 있다.
용산구는 이 외에도 2012년부터 저소득 가정과 라이따이한을 위한 ‘사랑의 집 짓기’ 사업을 추진해 해마다 주택 두 채를 짓고 있다. 또 퀴논세종학당 운영과 상호 공무원 파견 등을 통해 퀴논시와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 교수도 간호사1명, 장비기술자 1명을 대동해 매년 2회씩 꾸준히 퀴논시를 찾는다.
이 같은 노력 덕에 ‘한국증오비’가 세워졌던 빈딩성 일대에서 한국의 이미지가 점차 긍정적으로 변해가고 있다. 이 교수에게 백내장 수술을 받은 쯔엉 홍 끼(50)은 “2015년과 2016년 두 차례 수술을 받은 뒤 시력을 회복했다”며 “한국에 매우 감사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성장현 용산구청장은 “아픈 기억을 치유하고 희망찬 미래를 만들어갈 수 있도록 대 베트남 교류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박주희 기자 jxp93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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