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파면- 문재인 취임
헌법재판소는 3월 10일 재판관 8인의 만장일치로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파면을 선고했다.
국회가 2016년 12월 9일 비선실세 최순실씨의 국정농단 과정에서 헌법과 법률을 위반했다며 박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가결한 데 따른 최종 결과였다. 이로써 18대 대통령직에 오른 박 전 대통령은 임기를 채우지 못한 채 물러났다.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 사태로 19대 대선은 5월 9일로 앞당겨 실시됐다. 그리고 적폐청산을 전면에 내건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41.08%의 지지로 홍준표 자유한국당ㆍ안철수 국민의당ㆍ유승민 바른정당ㆍ심상정 정의당 후보 등을 꺾고 당선돼 19대 대통령직에 취임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직후 검찰과 국가정보원 개혁을 비롯해 보수정권의 적폐청산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면서 70% 안팎의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북 6차 핵실험-ICBM발사, 한반도 위기 고조
북한은 중장거리탄도미사일 화성-12형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4형, 화성-15형을 포함해 올 한 해 동안 16차례, 총 23발의 미사일을 발사했다.
과거 김정일 국방위원장 집권 17년간 16차례 탄도미사일을 쏜 것과 맞먹는 수치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1월 1일 신년사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가 마감단계”라고 공언한 이후, 미국령 괌 기지를 포위사격으로 위협하더니 급기야 사거리 1만㎞가 넘을 것으로 추정되는 탄도미사일 발사에도 성공했다. 특히 북한은 9월 6차 핵실험을 감행한 데 이어 11월 화성-15형을 발사한 직후에는 “핵 무력 완성”이라고 선언하는 호기를 부렸다. 북한이 핵탄두로 미 본토를 직접 타격할 수 있는 레드라인에 근접하면서 한반도와 주변국가의 긴장수위는 최고조에 달했다.
한중 사드 갈등
올 5월 문재인 정부 들어서도 중국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배치에 대한 경제적 보복 조치를 거두지 않자 정부는 7월 무렵부터 막후 사드 협상 채널을 가동했다.
그 결과 양국은 10월 31일 모든 분야의 교류를 정상적인 궤도로 조속히 회복하기로 했다고 발표하며 지난해 7월 사드 배치 결정 이후 지속돼온 한중 간 사드 갈등을 봉인하는 듯 했다.
그러나 중국이 한국의 3불(사드 추가 배치 불가, 미국 미사일 방어시스템 불참, 한미일 군사동맹 불가) 원칙 이행을 강하게 요구하며 불씨는 남은 상태다. 12월 14일 한중정상회담에서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한국이 사드를 적절히 처리하기를 바란다”고 언급해 사드가 장기적 갈등 요소임이 재차 확인됐다.
적폐청산과 국정농단 재판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 기조에 따른 검찰의 대대적 수사로 서초동은 1년 내내 떠들썩했다. 청와대는 캐비닛 문건을 대량으로 넘기는 방식으로, 국정원은 태스크포스(TF) 구성을 통한 수사의뢰로 검찰에 힘을 실어줬다.
그 결과 이명박ㆍ박근혜 정부 시절 비리들이 속속 드러났고, 마지막 수사대상으로 꼽혔던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도 올해를 보름 남겨놓고 끝내 구속됐다. 수사가 장기화하자 보복수사 논란으로 번져 정치권 공방이 가열되기도 했다.
법원에서는 국정농단에 연루된 주요 인사들이 줄줄이 실형을 선고 받았다.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은 징역 3년,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과 최경희 전 이화여대 총장은 징역 2년이 선고됐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도 징역 5년형이 내려졌고,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는 내년 초 1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포항 강진, 사상 초유의 수능 연기 사태
11월 15일 포항에서 규모 5.4의 강진이 발생했다. 진동이 전국에서 감지됐다. 지난해 경주 지진(규모 5.8)에 이어 역대 2위 규모다. 정부는 당일 밤 8시20분쯤 다음날 예정됐던 2018학년도 대입수학능력시험을 1주일 연기한다고 전격 발표했다. 지진 피해를 당한 포항 수험생과 포항 지역 고사장 상황을 감안한 결정이었다. 수시ㆍ정시 일정도 1주일씩 미뤄졌다.
지진으로 파손된 고사장에 배치됐던 포항 수험생 2,045명은 23일 다른 고사장에서 시험을 치렀다. 정부는 수능 당일 지진 규모에 따른 단계별 대응 및 대피 방침을 준비했다. 수능 당일 진동을 감지할 수 있는 규모 2.0 이상의 여진은 발생하지 않아 무사히 치러졌다. 국민과 수험생 대다수는 포항 수험생을 배려한 빠른 정부 대응과 수능 연기 결정을 지지했다.
제천ㆍ영흥도ㆍ용인…끊이지 않는 안전사고
소중한 생명을 앗아간 대형 인재(人災)는 올해도 반복됐다. 원인은 같았다. 고질적인 안전 불감증, 생명보다 비용만 따지는 현장의 불ㆍ탈법, 당국의 허술한 관리감독과 대처였다.
29명의 희생자를 낸 충북 제천 노블 휘트니스 스파 화재 참사는 건물 불법 증축과 용도변경, 방화구역이 없는 필로티 구조 건물 주차장을 허용한 현행법, 구조 골든타임을 놓친 소방당국 등이 함께 만든 비극이었다. 인천 영흥도 앞바다에서 낚싯배와 급유선이 충돌해 15명이 숨진 사고와 아흐레 간격으로 발생한 경기 용인과 평택 타워크레인 붕괴 사망사고도 마찬가지로 인재였다. 미리 충돌에 대비해 조심하고 안전수칙을 지켰다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 뒤늦게 정부가 부랴부랴 대책을 쏟아내고 전방위 수사를 벌이는 모습도 반복됐다. 세월호 참사 이후 등장한 바람인 ‘안전한 대한민국’은 아직도 요원해 보인다.
살충제 계란, 생리대 사태…케미포비아 확산
유럽의 ‘살충제 계란’ 파동 후 8월 정부가 전국 산란계 농장 1,239곳을 전수 조사한 결과, 49곳(친환경인증 농장 31곳)에서 피프로닐, 비펜트린 등 살충제 성분이 기준치 이상 검출됐다.
마트의 계란 판매대는 텅텅 비었다. 농가들의 양심 불량과 부실한 친환경인증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피프로닐이 가장 많이 나온 계란을 기준으로 성인이 하루 126개까지 먹어도 무해하다고 밝혔으나, 불신은 잦아들지 않았다.
3월 여성환경연대와 김만구 강원대 환경융합학부 교수가 국내 일회용 생리대 10종에서 발암물질을 포함한 휘발성유기화합물이 검출됐다고 공개했다. 논란이 커져 8월 깨끗한나라의 ‘릴리안’이 판매 중단됐다. 식약처가 9월 모든 생리대의 독성물질 검출량이 인체에 무해하다고 밝혔으나, 불안은 지속됐다.
J노믹스 시동…소득주도성장-최저임금 1만원, 정규직화
극심한 사회 불평등 해소를 위해 문재인 정부가 내건 해법은 ‘소득주도 성장’이다. 공약이었던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 목표는 노동계와 재계간 불꽃 튀는 찬반 논란을 일으켰다.
7월, 내년도 최저임금이 17년 만에 최대 인상률인 16.4% 증가한 7,530원으로 결정됐다. 정부의 의지가 반영됐다. 경영위기로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라는 재계의 아우성과 저임금 노동자들의 소득 인상 효과에 주목해야 한다는 노동계간 논쟁은 현재까지도 진행형이다.
정부는 또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추진, 시기별 실행 계획을 세웠다. 일부 민간기업도 자발적으로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며 긍정적 파급효과를 낳았다. 그러나 기간제 교사의 정규직화 제외, 일부 공공기관의 정규직ㆍ비정규직 대립 등 전환 범위와 방식을 두고 갈등도 정점에 달했다.
세월호 3년 만에 인양
3월 23일 마침내 ‘그 배’가 떠올랐다. 생때같은 300여 목숨을 붙들고 가장 험한 바다로 침몰한 세월호는 1,073일만에 그 모습을 수면 위로 드러냈다.
세월호는 진실을 숨기고 인양을 사실상 막아 온 정권이 몰락한 뒤에야 떠오를 수 있었다. 배가 나오기 이틀 전 박근혜 전 대통령이 검찰조사를 받고, 인양 완료 다음날(3월 27일) 박 전 대통령에게 구속영장이 청구된 것이 우연만은 아니었다.
정권교체 후 수사 과정에선 전 정권이 유가족 등을 탄압하고 진실을 감추려 한 증거들도 나왔다.
인양으로 네 명의 미수습자를 가족에게 돌려보낼 수 있었다. 어렵사리 끌어올렸지만, 숙제는 남았다. 다섯 목숨의 행방을 못 찾았고, 진실을 은폐ㆍ호도하려 했던 이들의 단죄도 끝나지 않았다. 인재형 참사의 고리도 끊지 못했다. 대한민국에 세월호는 현재진행형이다.
탈원전선언, 신규원전 건설 백지화
6월 19일 부산 기장군에서 열린 고리원전 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신규 원전 건설 계획을 백지화하겠다”고 밝히면서 탈원전 에너지 정책이 본격화됐다.
정부는 신한울 3ㆍ4호기, 천지 1ㆍ2호기 등 총 6기의 새 원전을 짓지 않기로 했고, 설계 수명이 만료돼 1차례 수명 연장한 월성 1호기는 내년 상반기 폐쇄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현재 24기인 원전은 2038년 14기로 줄어들게 된다.
이미 공사가 30%가량 진행된 신고리 5ㆍ6호기는 공론화 방식을 통해 건설 재개를 결정했다. 2박 3일의 토론을 거친 시민참여단 471명을 대상으로 벌인 최종 공론 조사에서 ‘건설 재개’ 의견은 59.5%, ‘건설 중단’은 40.5%로 각각 나타났다. 이를 토대로 공론화위원회는 정부에 신고리 5ㆍ6호기 건설 재개를 권고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