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도미사일 워싱턴 사정권 두고
김정남 없애 권력 공고화도 성공”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에게 2017년은 어떤 해로 기억될까.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24일(현지시간) 분석 기사를 통해 올해는 김정은에게 ‘아주 좋았다(very good year)’고 진단했다.
신문은 우선 김정은이 스스로 다짐을 실현한 것은 물론, 목표를 초과 달성한 점을 좋은 기억을 가질 만한 이유로 꼽았다. 김정은은 1월 1일 신년사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를 위한 최종 준비 단계에 돌입했다”고 공개했다. 실제 북한은 올해가 지나기도 전에 미국 심장부인 수도 워싱턴을 사정권에 둔 사거리 8,000마일(1만2,875㎞)급 탄도미사일 개발에 성공했다. 또 자체 주장으로 미국이 일본 히로시마(広島)에 투하했던 것보다 17배나 강한 수소폭탄을 개발하고, 핵ㆍ미사일 도발을 잇따라 감행해 국제사회의 관심을 집중시키는 데 성공했다는 점도 이런 평가가 나오는 근거로 제시됐다.
이 뿐이 아니다. 김정은은 올해 2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이복형 김정남을 맹독성 화학무기 VX로 독살하고, 노동당ㆍ군부의 고위급 인사들을 대거 숙청해 권력을 더욱 굳건히 했다. 수미 테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 담당 선임보좌관은 “김정은은 내부 권력을 통합한 데 이어 핵 프로그램도 90~95% 달성했다. 반대 세력 징후도 보이지 않는다”면서 “정권 내부에서 환호가 터져 나오는 이유”라고 말했다.
아버지 김정일 전 북한 국방위원장이 숨지고 갑작스레 권력을 넘겨 받은 2011년만 해도 경험이 일천한 김정은이 세계 최악의 전체주의 국가를 제대로 이끌 수 있을지 의구심이 제기됐다. 하지만 그는 김정일과 조부 김일성보다 더하면 더했지 전혀 부족하지 않은 잔혹성을 선보이고 있다. WP는 “김정은은 최근 들어 어느 때보다 자신감 넘치고 무모한 행태를 이어가며 김일성과 자신을 같은 반열에 두는 모습까지 엿보인다”고 전했다.
김이삭 기자 hir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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