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동맥 압력 올라가면 심장 망가뜨려... 급사 원인 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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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동맥 압력 올라가면 심장 망가뜨려... 급사 원인 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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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25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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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종민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교수

특별한 원인 없는 ‘특발성’은

다양한 약이 나와 예후가 좋고

최근 생체 폐이식 수술도 성공

아주 드문 ‘만성혈전색전성’은

수술 경험 많은 전문팀이 필요

서울아산병원 최고 성공률 자랑

송종민 서울아산병원 폐고혈압ㆍ정맥혈전센터 소장은 “만성혈전색전성 폐동맥고혈압을 치료하는 폐동맥내막제거술을 시행하지 못하는 환자도 폐혈관풍선확장술로도 치료가 가능하다”고 했다. 서울아산병원 제공

지난 10월 원인불명 폐동맥고혈압으로 심정지 위기에 놓인 스무 살 대학생이 서울아산병원에서 부모의 양쪽 폐 일부를 이식하는 생체폐이식수술을 받고 기적적으로 건강을 되찾았다. 2013년 11월 문을 연 서울아산병원 폐고혈압ㆍ정맥혈전센터가 그동안 폐고혈압 환자 치료를 위해 최신 치료기술을 도입하며 환자 치료에 최선을 다한 결과다. 출범 때부터 지금까지 센터 소장을 맡고 있는 ‘폐고혈압 전문의’ 송종민(52)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교수를 만났다.

-폐동맥고혈압과 정맥혈전질환 모두 생소한데.

“폐동맥고혈압은 폐동맥 내 혈관 내피세포에 이상이 생겨 폐동맥 혈압이 올라 결국 심장까지 망가뜨리는 중증 질환이다. 국내에서 연간 2,000여명에게 발병하는데 우리 센터에서 절반 정도 치료를 하고 있다. 폐동맥고혈압은 많이 진행되면 치료하기 어렵기에 조기 진단이 중요하다. 심장질환, 폐질환, 결체조직질환, 감염성 질환, 정맥혈전질환 등에 의해 발병하므로 이에 따라 적절한 치료가 이뤄져야 한다. 약물치료와 함께 수술치료도 시행할 수 있다. 따라서 폐동맥고혈압은 심장내과나 호흡기내과 등 한 분야 전문가가 적절히 진단ㆍ치료하기 힘들고, 관련 진료과의 전문가들과 협진해야 한다. 정맥에 혈전(피떡)이 막혀 생기는 정맥혈전질환은 폐동맥 색전증과 같은 치명적인 질환을 유발하므로 이 질환도 내ㆍ외과의 유기적인 협진이 필요하다.”

-폐동맥고혈압은 치료가 매우 어려운데.

“폐동맥 압력이 올라간 폐동맥고혈압으로 인해 이 곳으로 피를 보내는 우심실에 부하가 많이 걸려 심장에 문제가 많이 생긴다. 급사 원인이 되기도 한다. 폐동맥고혈압은 다양한 원인으로 생길 수 있다. 심장질환이 가장 흔한 원인이고 폐질환이 두 번째 원인이므로 이들 질환을 제대로 치료해야 병이 호전될 수 있다.

폐동맥고혈압 가운데 특별한 원인 없이 발병하는 ‘특발성(idiopathic) 폐동맥고혈압’이 흔히 알고 있는 좁은 의미의 폐동맥고혈압이다. 이전에는 치료법이 없어 예후가 매우 좋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효과 좋은 다양한 약이 개발돼 단독 혹은 병합 투여하면 예후가 좋아질 수 있다.

폐동맥고혈압 가운데 ‘만성혈전색전성 폐동맥고혈압(CTEPH)’은 폐고혈압의 2~3%에 불과한 매우 드문 질환이다. 혈전에 의해 폐동맥이 만성적으로 막혀 혈관에 문제가 생기고 폐동맥 압력을 높이는 희귀질환이다. 급성 폐동맥 색전증과 달리 약으로만 치료하기 어렵다. 특히 폐동맥에 쌓인 혈전과 혈관내막을 없애는 폐동맥내막제거술로 완치할 수 있어 폐동맥고혈압을 진단할 때 만성혈전색전성 폐동맥고혈압 여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의사조차도 이를 잘 알지 못해 다른 폐동맥고혈압으로 오진해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폐동맥내막제거술을 받은 뒤 합병증으로 5~10%가 사망할 정도로 아주 위험하다. 그래서 만성혈전색전성 폐동맥고혈압으로 진단돼도 수술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폐동맥내막제거술이 성공하려면 경험 많은 숙련된 흉부외과의사뿐만 아니라 수술 후 전문적인 중환자 치료를 시행할 수 있는 전문의료팀이 필요하다. 그러나 만성혈전색전성 폐동맥고혈압이 매우 드문 질환이어서 폐동맥내막제거술도 많이 시행되지 않아 경험 많은 흉부외과의사가 아주 적다. 이 때문에 미국ㆍ유럽에서는 이 수술을 많이 시행한 전문센터에서만 수술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폐동맥내막제거술이 일부 대학병원에서만 간간히 시행되고 있지만 만성혈전색전성 폐동맥고혈압 환자가 대부분 적절한 수술을 받지 못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에서는 1990년대부터 이상도 호흡기내과 교수와 이재원 흉부외과 교수가 선도적으로 만성혈전색전성 폐동맥고혈압을 치료하기 위해 폐동맥내막제거술을 적극 시행하고 있다. 우리 폐고혈압ㆍ정맥혈전센터에서 최근 3년간 50건의 수술을 성공리에 마치면서 국내 최고의 수술성공률을 기록하고 있다. 또한 폐동맥내막제거술을 시행하지 못하는 환자 치료를 위해 심장내과에서 폐혈관풍선확장술을 선도적으로 도입해 40회 이상 시술했다.

우리 폐고혈압ㆍ정맥혈전센터는 3년 전부터 국내에서 유일하게 ‘만성혈전색전성 폐동맥고혈압 심포지엄’을 매년 열어 병의 인지도를 높이고 있다. 심포지엄에는 폐동맥내막제거술과 폐혈관풍선확장술의 세계적인 석학들과 만성혈전색전성 폐동맥고혈압의 세계적인 전문가들이 참석해 최신 지견을 국내 의료진과 공유하고 있다.

-최근 특발성 폐동맥고혈압 환자에게 생체폐이식수술도 성공했는데.

“특별한 원인이 없는 특발성 폐동맥고혈압은 여러 약으로 진행을 막을 수 있다. 그러나 점차 악화돼 폐이식을 받아야 경우가 많다. 그렇지만 뇌사자 폐를 이식 받으려면 오래 대기해야 하고 상태가 악화됐을 때만 우선 순위가 되는데다 폐동맥고혈압은 급사 가능성이 높아 적절한 시기에 폐이식을 받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지난 10월 심정지 위기에 놓인 20대 대학생 환자와 생체 폐이식을 원하는 부모의 열망을 수용해 우리 병원 흉부외과는 이식수술을, 내과는 수술 후 전문적인 중환자 치료를 시행해 좋은 결과를 얻었다. 앞으로 생체 폐이식이 합법화되면 더 많은 환자가 혜택을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환자에게 하고 싶은 말은.

“폐동맥고혈압과 정맥혈전질환은 통합 치료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원인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적절한 치료가 중요하다. 최근 많은 치료법이 개발돼 치료가 불가능하다는 생각을 버리고 전문가를 찾아 적극 치료하는 게 중요하다. 단기간 완치하겠다는 조급한 생각보다 질환을 의료진과 함께 지속적으로 관리하겠다고 생각하는 것이 좋다. 특히 환자가 투병과정에서 겪는 불안과 소외감을 해소하기 위해 전문가 도움을 받는 것도 필요하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의료진이 수술이 어려운 만성혈전색전성 폐동맥고혈압 환자에게 폐혈관풍선확장술을 시행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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