大法 “여행사 배상책임 없어…
사리분별 있는 성인에게
경고했다면 충분”
“일행 한 명이 사라졌어요!”
2012년 3월 28일 베트남 남부 해변 휴양지 붕타우에 도착한 김모씨는 패키지 여행 일행인 정모(당시 52)씨가 보이지 않자 일행들과 여행가이드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저녁식사를 마친 뒤 패키지 일정이 끝나 호텔에 돌아가 자유시간을 보내던 중이었다.
가이드는 여행객 손모(당시 33)씨 등과 함께 정씨를 찾으러 호텔 인근 해변으로 갔다. 정씨는 해변에서 혼자 물놀이를 하고 있었다. 가이드는 “바닷가는 위험하니 빨리 나오라”고 말한 뒤 호텔로 돌아왔다. 하지만 물놀이를 즐기던 정씨와 손씨는 그로부터 1시간 뒤 파도에 휩쓸려 익사했다. 그러자 손씨와 정씨 유족들은 “여행사는 여행객 안전을 배려할 의무가 있다”며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법원은 여행사가 취할 합리적 조치가 어디까지인지를 따졌다. 1ㆍ2심은 여행객에게 주변 지형이나 수위, 파도, 해류 등 위험성을 충분히 교육하고 물놀이하는 망인들을 본 뒤 바다 밖으로 인도했어야 한다고 보고, 여행사에 일부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대법원은 달리 판단했다. “(여행사의 조치는) 모든 추상적 위험을 예방할 수 있을 정도일 필요는 없다”며 “개별적ㆍ구체적 상황에서 여행자의 생명ㆍ신체ㆍ재산 등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통상적으로 필요한 조치면 된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망인들은 술을 마시지 않았고 신체장애도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사리 분별력이 있는 성인이 야간에 해변에서 물놀이한 것은 스스로 그 위험을 감수한 행동”이라며 2심 재판을 다시 하라고 결정했다. 물놀이 중단 경고로 충분한 조처를 했다고 볼 수 있고 물놀이 하는 여행객을 강제로 끌어내거나 감시하는 행위는 가이드에게 기대할 수 있는 합리적 조치 범위를 넘어섰다고 판단했다.
박지연 기자 jyp@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