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극우 세력들 활개치며
기독교인 폭행 사건 잇달아
베네수엘라는 경제 위기 속
배 채우려고 쓰레기통 뒤져
시진핑의 문명 부활 주창 후
中도 ‘성탄절 보이콧’ 분위기
25일 성탄절을 전후로 축제 분위기를 만끽하는 이들이 많지만 모두에게 해당되는 이야긴 아니다. 극우 세력의 공격을 받을까 전전긍긍하거나, 극심한 경제 위기로 굶주림에 시달리는 등 지구촌에는 암울한 크리스마스를 맞이한 이들도 적지 않다.
24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는 2014년 힌두 극우 성향의 정당이 정권을 잡은 후 변화된 인도의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전했다. 전체 인구 중 80%가 힌두교를 믿긴 해도 그 동안 크리스마스를 기념해왔는데, 극우 세력들이 활개를 치면서 긴장감 속에서 불안에 떨며 크리스마스를 보내는 이들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인도 시민단체인 유나이티드크리스천포럼의 한 관계자는 “우리는 올해 크리스마스를 두려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14일 인도 중북부 마디아프라데시주의 한 마을에서는 크리스마스 캐럴을 부르던 기독교인들이 폭행을 당하고 구금되는 사건이 발생했고, 19일 북서부 라자스탄에서는 힌두 극우 단체가 몰려와 찬송가집을 집어 던지는 등 크리스마스 기념 행사를 방해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달 초에는 극우 단체 자그란만치가 북부 알리가르에 있는 일부 학교에 공문을 보내 크리스마스를 기념하는 행사를 할 경우 위험이 따를 수 있다고 협박하기도 했다. 극우단체는 크리스마스가 인도 문화나 전통에 도움이 되지 않는 서방의 문화라고 인식하고 있다. 또 가난한 아이들을 돕기 위한 취지의 크리스마스 자선행사를 홍보해온 마하라슈트라주 주지사의 아내는 온라인 상에서 맹공격을 받고 자신이 힌두교도임을 대중에게 공개해야 했다. 인도에 거주하는 무슬림 테헤미나 야다브는 “내가 자란 인도는 분명 포용적이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며 씁쓸해했다.
한때 세계 1위의 석유 자원국으로 남미 최대 부국이었던 베네수엘라의 국민은 과거의 영광을 되새기며 더욱 차가운 크리스마스를 맞았다. 마를린 피트르는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경제위기가 닥치기 전 수도 카라카스의 알타미라 광장에 있는 크리스마스 장식이 뉴욕의 록펠러센터와 비교되곤 했는데, 지금은 강도 위협을 느끼며 광장을 걸어야 할 판”이라고 전했다. AP통신은 “일부 시민은 배를 채우기 위해 쓰레기통을 뒤지고 있다”며 “중산층조차도 크리스마스 요리를 만드는 데 필요한 기본 재료를 구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실정”이라고 보도했다.
베네수엘라는 2,000%가 넘는 물가상승률과 식량, 의약품 부족 등에 시달리고 있다. 수백만명은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베네수엘라를 떠났다. 쿠이안프랑코 페로조는 “우리가 겪은 가장 어두운 크리스마스”라며 “축하할 것이 아무것도 없다”고 자조했다. 남편이 베네수엘라에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1년 전 칠레로 가면서 홀로 크리스마스를 보내게 된 안토니에타 로페즈는 “팍팍한 삶이 이어지고 있다”며 “싼 물건이 나오면 사람들이 다 줄을 서기 때문에 여기서는 어디서나 쉽게 긴 줄을 볼 수 있다”고 전했다.
중국에서도 당국의 ‘성탄절 보이콧’ 입장으로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크게 가라 앉았다. 홍콩 빈과일보 등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중국 관영 매체들이 성탄절 전야의 흥겨운 분위기를 전하는 등 성탄절을 크게 배척하지 않았으나, 지난 10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중국 문명의 위대한 부활을 주창한 이후 관련 보도가 사라지는 등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고 보도했다.
채지선 기자 letmeknow@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