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프로축구 분데스리가의 헤르타 베를린이 독일 구단으로는 최초로 e스포츠 아카데미를 설립했다. 최근 유럽 명문 구단들이 직접 프로게이머를 영입해 피파(FIFA) 게임 팀을 운영하는 등 e스포츠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어 화제다.
헤르타 베를린은 25일(한국시간) “e스포츠 아카데미를 설립해 베를린 지역의 유능한 피파 게임 유망주를 발굴해 육성하겠다”고 발표했다. 1892년 독일 수도 베를린을 연고로 창단돼 현재 분데스리가(1부 리그) 10위에 자리한 헤르타 베를린은 훌륭한 시스템의 축구 아카데미를 산하에 보유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구단은 “축구 아카데미의 명성을 디지털 영역으로도 확장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피파 게임은 미국 게임 개발업체인 일렉트로닉 아츠에 의해 매년 발매되는 축구 비디오 게임 시리즈다. 처음 발매된 1993년 이래로 오늘날까지 꾸준히 스포츠 게임의 간판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헤르타 베를린은 다음해 초 선발전을 통해 12~18세 사이의 연습생 2~4명을 뽑을 예정이다. 구단의 스폰서 기업인 AOK가 이번 e스포츠 아카데미 후원도 맡았다. AOK의 이사인 다니엘라 타이케르트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프로게이머들은 ‘카우치 포테이토’(소파에 가만히 누워만 있는 사람)라는 인식이 있는데, 프로게이머들도 건강하고 규칙적인 생활을 하는 문화를 정착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최근 e스포츠 시장이 꾸준히 성장하면서 100년 이상 역사를 가진 명문 축구 구단들도 잇달아 디지털 영역으로 사업 반경을 넓히고 있다. 앞서 2015년에는 독일 분데스리가의 샬케04가 피파 게임팀을 창단한 데 이어 2016년에는 프랑스 리그1의 파리 생제르맹(PSG), 스페인 프레메라리가의 발렌시아 등이 e스포츠 전쟁에 뛰어들었다.
이들 구단들이 e스포츠에 뛰어드는 이유는 ‘가성비’(가격대비 성능) 때문이다. e스포츠 전문매체인 e스포츠옵저버 등에 따르면 선수 임금 수준이 전통 스포츠의 그것보다 낮고, 구단을 운영하는데 필요한 선수도 평균 5명 수준이어서 e스포츠 구단을 운영하는데 드는 데 큰 돈이 들지 않는다. 반면 e스포츠 시장 규모는 급속도로 커지고 있다. 게임 산업 데이터 분석업체 뉴주(Newzoo)에 따르면 2017년 e스포츠 시장 규모는 4억9,200만 달러(5,313억원)로 추산되는데, 이는 2020년까지 15 달러(약 1조6,200억)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 밖에도 게임의 이용자들은 전 세계적으로 고르게 분포돼 있어서 구단의 해외 마케팅에도 용이하게 활용될 수 있고, 어린 소비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다는 점도 e스포츠가 가지는 장점이다.
헤르타 베를린 e스포츠 아카데미 초대 감독은 프로게이머 마티아스 ‘스틸로’ 히치가 맡았다. 히치는 피파 2016 시리즈로 전 세계 최대 게임 페스티벌 중 하나인 드림핵(DreamHack)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경력이 있다. 구단은 게임 지도와 더불어서 디지털 미디어 전반에 대한 교육도 병행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박진만 기자 bpb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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