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 4사 올해 8조원대 흑자 기대
배터리 등 포트폴리오 다양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역대급’ 호황을 이어가고 있는 국내 정유업체들이 대규모 투자를 앞세워 경쟁적으로 미래 수익원 확보에 나서고 있다. 실적 잔치로 확보한 두둑한 실탄으로 고도화설비에 투자하거나, 전기차 배터리와 고부가가치 석유화학 제품 등 포트폴리오를 늘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25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등 정유 4사의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은 5조6,000억원대를 돌파했다. 4분기에도 SK이노베이션이 9,000억원대, GS칼텍스가 5,000억원대의 영업이익이 예상되는 등 2조2,000억원대 이상의 흑자가 점쳐진다. 이렇게 되면 정유 4사는 역대 최대였던 지난해 영업이익 7조9,511억원과 비슷한 수준의 실적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정유사의 수익을 좌우하는 정제마진이 최근 상승하고 있어 8조원 이상의 흑자도 가능할 거란 기대도 커지고 있다.
실적은 투자로 이어지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올해 발표한 투자 규모만 3조원이 넘는다. 자회사인 SK종합화학을 통해 미국의 글로벌 석유화학기업 다우케미칼의 사업 분야 2개를 차례로 인수했다. 상반기 에틸렌아크릴산(EAA) 사업을 3억7,000만달러에 인수했고, 최근에는 7,500만 달러 규모의 폴리염화비닐리덴(PVDC) 사업 인수를 마무리했다. 배터리 분야에서는 헝가리에 공장을 신설하기 위해 8,402억원을 투자하기로 했고, 충북 증평 공장의 리튬이온 배터리 분리막 생산설비와 충남 서산 공장의 배터리 셀 생산설비 증설에 약 2,000억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SK이노베이션은 2020년까지 매년 2조5,000억~3조원 규모의 투자를 진행할 계획이다.
에쓰오일은 5조원을 투자한 울산 온산의 ‘잔사유 고도화 콤플렉스’(RUC)와 ‘올레핀 다운스트림 콤플렉스’(ODC)가 내년 상반기 완공 예정이다. RUC는 원유에서 가스ㆍ휘발유 등을 추출하고 남은 값싼 기름을 휘발유로 전환하는 시설이고, ODC는 고도화 설비를 통해 건축ㆍ생활소재의 원료로 쓰이는 올레핀 제품을 생산하는 설비다. 에쓰오일 관계자는 “이 프로젝트가 완공되면 최고 수준의 운영 효율성과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2000년부터 지난해까지 고도화시설 등에 11조3,000억원을 투자한 GS칼텍스도 신규 투자를 적극적으로 추진할 방침이며, 현대오일뱅크 역시 고도화 설비의 처리 능력 확충 등에 5,700억원을 투자했다.
업계 관계자는 “정유업체들이 기존 사업의 경쟁력을 유지하면서 화학, 배터리 등 신성장 사업에 과감한 투자를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한준규 기자 manbok@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