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북구 청년들 ‘몰래 산타 작전’
할머니들에 장갑·목도리 등 전달
“사랑과 평화의 힘으로 일본군 피해자 할머니들을 지킬 겁니다.”
23일 오후 4시 광주 북구청 광장 내 평화의 소녀상 앞. 산타클로스 복장을 한 청년들이 하나 둘씩 모여들기 시작하더니 금세 30여명이 소녀상을 에워쌌다. 저마다 ‘평화 산타’를 자칭한 이들은 지난 8월 14일 평화의 소녀상 건립을 계기로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과 한반도 평화실현을 위한 활동을 하기 위해 결성한 북구평화인권협의회 회원들이었다.
이들은 성탄절을 맞아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 근로정신대 피해자 할머니들과 뜻 깊은 시간을 갖기 위해 한자리에 모였다. 평화의 소녀상이 겨울을 따뜻하게 날 수 있도록 회원들이 직접 뜨개질로 목도리와 모자, 장갑 등을 만들 던 중 “올해 크리스마스엔 광주·전남지역 일본군 피해 할머니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자”는 누군가의 제안에 두 말 없이 나선 것이다. 이들은 이날 ‘몰래 산타 대작전’ 발대식을 마친 뒤 두 팀으로 나눠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전남 담양의 곽예남(92) 할머니와 근로정신대 피해자 할머니 5명 등 모두 6명의 일본군 피해자 할머니들을 찾아갔다. 평화산타들은 뜨개질로 목도리와 모자 등을 피해 할머니들에게 선물하고 그간 연습한 춤 공연을 선보이는 등 따뜻한 온정을 나눴다.
청년 산타클로스 역할을 한 일곡중 안정욱 학생회장은 “평소 할머님들을 위해 무언가 해야겠다는 생각이 절실했는데 감동적인 행사에 참여하게 돼 너무 감사하고 뿌듯하다”며 “할머님들의 건강을 기원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정달성 평화인권협의회 상임 공동대표는 “연세가 많이 드셔 거동이 불편함에도 환한 미소로 화답해 주시는 할머님을 만나 뵙고 오히려 북구 주민 산타클로스들과 청년들이 힘을 얻고 간다”고 말했다.
광주=안경호 기자 k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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