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리분별력 있는 성인인데
경고면 충분” 2심 파기환송

여행 가이드가 위험성을 알리고 주의를 줬는데도 여행객이 야간 물놀이를 하다가 사망했다면 여행사는 손해배상 책임이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김신 대법관)는 베트남 패키지 여행 중 사망한 손모씨와 정모씨 유족들이 여행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원고 패소 취지로 대구고법에 돌려보냈다고 25일 밝혔다.
손씨 일행은 2012년 3월 여행사를 통해 3박 5일 일정으로 베트남 남부 해변 휴양지인 붕타우를 방문했다. 손씨와 정씨는 저녁식사 후 패키지 일정이 끝난 뒤 호텔로 돌아왔고, 호텔 인근 해변에서 물놀이를 즐겼다. 두 사람이 사라졌다는 이야기를 들은 가이드는 해변으로 나가 두 사람을 발견한 뒤 “바닷가는 위험하니 빨리 나오라”고 경고하고 호텔로 돌아왔다. 얼마 뒤 두 사람은 파도에 휩쓸려 익사했다. 그러자 손씨와 정씨 유족들은 “여행사는 여행객의 안전을 배려할 의무가 있다”며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1ㆍ2심 재판부는 “여행사는 여행객들의 안전을 배려해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할 의무가 있는데도 이를 게을리했다”고 판단해 여행사에 일부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그러나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여행업자가 여행객을 위해 취할 조치가 어디까지인지를 판단했다. “여행일정에서 상정할 수 있는 모든 추상적 위험을 예방할 수 있을 정도일 필요는 없다”며 “개별적ㆍ구체적 상황에서 여행자의 생명ㆍ신체ㆍ재산 등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통상적으로 필요한 조치면 된다”고 봤다. 재판부는 “사망한 사람들이 사리 분별력이 있는 성인임에도 야간에 해변에서 물놀이한 것은 스스로 그 위험을 감수한 행동”이라며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여행사는 야간 물놀이의 위험성을 경고할 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며 2심 재판을 다시 하라고 결정했다. 여행 가이드에 대해선 “물놀이를 중단하라는 취지로 위험성을 경고한 것만으로도 충분한 조처를 했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박지연 기자 jyp@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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