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데이터 쓴 만큼 돈 더 내라는데… 구글은 왜 웃을까?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데이터 쓴 만큼 돈 더 내라는데… 구글은 왜 웃을까?

입력
2017.12.25 04:40
14면
0 0

#1

美 망중립성 폐지에도

인터넷 공룡들 반발 대신 침묵

통신사 요구로 망 사용비 늘지만

거대 IT기업들엔 부담 크지 않아

되레 시장지배력 굳힐 기회 될 듯

#2

국내 통신사 ‘캐시서버’ 만들어줘

외국계 회사 트래픽 헐값에 이용

네이버 등은 年 수백억씩 부담

콘텐츠에 따라 트래픽을 차단하거나 속도를 느리게 하는 차별을 금지한 망 중립성이 미국에서 폐지되자 통신사들과 인터넷 업계가 입씨름을 벌이고 있다. 통신사들은 정당한 망 사용료를 받아야 5세대(5G) 네트워크에 투자할 수 있다며 망 중립성 폐지를 찬성한다. 인터넷 업계는 통신사 지배력이 과도하게 높아져 혁신 서비스 탄생을 막게 될 거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각 진영의 치열한 입장 표명이 이어지고 있지만 자칫 이들의 찬반 구도에 매몰돼 중요한 논점을 놓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망 중립성 정책을 이해관계에 따른 유불리로만 볼 게 아니라 강력해지는 기득권의 헤게모니와 이로 인한 생태계 불균형, 더 나아가 국내 기업들의 경쟁력 약화 가능성까지 장기적 시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최근 뉴욕타임즈, 비즈니스인사이더 등 외신들은 “망 중립성으로 수혜를 본 페이스북, 아마존, 넷플릭스, 구글 등 거대 IT기업들이 정작 망 중립성 폐지에 침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7월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의 망 중립성 폐지 움직임에 반대 입장을 표명하는 온라인 시위를 벌이기도 했던 글로벌 IT 기업들이 폐지 확정 직전부터 일제히 입을 다물고 있다는 것이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망 중립성이 폐지되면 인터넷 기업들은 통신사 요구로 망 사용 대가가 늘어날 수 있기 때문에 언뜻 손해로 보인다. 그러나 이들 기업이 벌어들이는 돈에 비해 부담이 크지 않은데다, 지배력을 더 공고히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추가 비용은 포기해도 될 만한 기회비용이다. 반면 자금력이 없는 스타트업들은 추가 과금을 감당하기 어려워 사라지거나 성장을 멈출 수도 있다. 새 다크호스가 등장하기 어려우니, 거대 기업들이 더 안전해지는 셈이다. 미국의 망 중립성 폐지는 거대 통신사와 거대 인터넷 기업 둘 다 만족하는 수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구글, 페이스북 등에 비하면 자금력이 턱없이 부족한 국내 기업들도 곤란해진다. 네이버, 카카오, 아프리카TV 등은 이미 안방에서도 역차별을 겪고 있다. 국내 업체들은 연간 수백억원씩 내지만 외국계 기업은 국내에 서버가 없다는 이유로 푼돈 수준이거나 아예 내지 않는 트래픽 비용이 대표적이다. 이는 서비스 품질과 경쟁력 약화로도 이어진다. 네이버TV 최고 화질은 1,080p인 반면, 유튜브는 2,160p까지 지원한다. 1,080p를 2,160p로 바꾸려면 더 많은 트래픽이 발생하고 비용은 4~5배 뛴다. 네이버가 지난해 트래픽 비용으로 734억원을 썼으니, 초고화질로 품질을 올리면 비용은 3,000억원을 뛰어넘는다.

현재 구글, 페이스북 등 외국계 회사가 트래픽을 공짜 수준으로 쓰게 된 이유는 통신사들이 헐값에 캐시서버(사용자가 자주 보는 콘텐츠를 저장해 두는 서버)를 만들어줬기 때문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국내 통신사 가입자가 유튜브 영상을 보려면 해외에 있는 유튜브 서버에 접속해야 하고, 국제 회선을 경유함에 따라 국내 통신사가 해외망 이용료를 내야 한다. 유튜브 이용자가 급증할수록 손해가 커지니 통신사들이 해외망 이용료를 절약하기 위해 자비로 캐시서버를 구축한 것이다.

IT업계 관계자는 “해외 업체는 캐시서버를 구축한 주체가 본인이 아니기 때문에 국제망을 통한 접속에 대한 사용료만 지불하겠다고 나올 가능성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당장 망 중립성이 없어지진 않겠지만 기득권의 지배력이 강화되는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도록 견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맹하경 기자 hkm07@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