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이동통신 3사가 자진해서 가입자들의 통신 요금 부담을 낮추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서비스 경쟁력 강화’를 이유로 내세우고 있지만, 정부의 가계통신비 절감 정책에 제동을 걸기 위한 선제적 조치란 분석이 나온다.
24일 이동통신업계에 따르면 KT는 내년 1월 초 미디어서비스 등 부가서비스 혜택을 강화한 데이터 요금제(통화ㆍ문자는 무제한 제공하고 데이터 제공량에 따라 과금) 개편안을 발표한다. 현재는 월 7만5,890원 이상 데이터 요금제를 쓰는 가입자에게 올레tv모바일(동영상 서비스), VIP팩(휴대폰 보험ㆍ멤버십 VIP 등급) 등이 제공되고 있는데, 더 많은 이들에게 다양한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바뀔 예정이다.
이에 앞서 LG유플러스는 20일자로 기존 월 8만8,000원짜리 데이터 요금제의 데이터 제공량을 매월 30GB(초과 시 매일 3GB 추가 제공)에서 40GB(매일 4GB)로 10GB 늘렸다. 데이터 40GB는 11만원짜리 최고가 요금제에서만 제공되던 것으로, 사실상 최고가 요금제의 가격이 2만2,000원 낮아진 셈이다.
SK텔레콤도 지난 15일 12시간 단위 로밍 요금제를 신규 출시했다. 기존 로밍 요금제는 24시간 단위라 가입자는 출국일이나 입국일에 24시간을 다 채워 쓰지 못하더라도 무조건 하루치 비용을 내야 했는데, 이제는 불필요한 지출이 줄어들게 됐다.

형태는 다르지만 3사의 요금제 개편은 모두 일정 부분 가계통신비 절감 효과를 갖는다. 이처럼 이통사들이 제 살을 깎는 개편안을 잇따라 내놓고 있는 건 정부가 추진 중인 ‘보편요금제’ 도입의 필요성을 약화시키기 위해서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보편요금제는 기존 월 3만원대에 해당하는 ‘통화 200분ㆍ데이터 1GB’를 2만원에 제공하는 요금제로, 정부는 보편요금제 출시로 데이터 요금제 하한선이 1만원 내려갈 경우 그 이상 요금제도 데이터 제공량이 연쇄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 이렇게 되면 연간 1조2,000억원 가량의 통신비가 절감될 것이라는 게 정부 측의 추산인데, 바꿔 말하면 이통사들의 매출은 1조원 이상 빠진다는 얘기다. 이통사들이 자발적으로 요금 인하의 모양새를 갖추려는 이유다.
이통 3사가 한 마음으로 ‘명분 쌓기’에 나서고 있어 보편요금제를 둘러싼 논의는 계속 평행선을 달릴 가능성이 높다. 보편요금제를 다룬 22일 가계통신비 정책협의회에서도 찬성 측인 정부와 시민단체, 반대 측인 이통사와 알뜰폰업체는 극명한 입장차만 재확인했을 뿐 별다른 소득을 얻지 못했다. 정책협의회는 다음달 12일 열릴 회의에서 보편요금제 논의를 이어갈 예정이다.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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