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법상 필로티 구조 건물
주차장엔 방화문 의무화 안해
LPG 탱크도 건물 출입구 등과
2m 이상 간격 두는 규정만
“기존 건물에도 방화문 설치하고
LPG 탱크와 거리 더 여유 둬야”
충북 제천 노블 휘트니스 스파(노블 스파) 화재를 계기로 방화문 설치 및 액화석유가스(LPG) 저장탱크 설치와 관련한 제도 정비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두 시설이 법적으론 문제가 없지만, 대형 인명피해를 야기한 요인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21일 발생한 노블스파 화재는 건물 1층 필로티에서 발화해 삽시간에 건물 내부로 확산하면서 사망자 29명을 포함, 65명의 사상자가 났다. 경찰과 소방당국의 조사결과 이 건물 1층 주차장과 로비 사이에는 방화문이 설치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현행 건축법 상 필로티 구조 건축물 주차장은 건물 외부로 간주해 방화구역 설치를 의무화하지 않고 있어 문제가 없다. 전문가들은 이번 화재에서 불길을 막아줄 첫 번째 ‘수문장’이 돼야 할 방화문 부재가 엄청난 피해를 불러왔다고 지적한다.
공하성 경일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산소유입량이 많은 필로티 구조물에 방화문이 없어 1층에서 위층으로 순식간에 화염과 유독가스가 퍼지는 엄청난 결과를 초래했다”고 진단했다.
건물 바로 옆에 설치된 가스탱크도 막대한 인명피해를 부른 원인으로 꼽힌다. 소방당국은 화재 당시 필로티 1층 불길에 휩싸인 차량 바로 옆에 2톤짜리 LPG 저장탱크(보일러 가동을 위한 난방용 가스 공급)가 있어 건물 진입에 시간이 걸렸다고 했다.
가정용 LPG 저장탱크(20㎏) 폭발 시 주변 10m가 파괴되는 점을 감안할 때 2톤짜리 탱크가 터지면 피해가 걷잡을 수 없어 탱크 폭발 방지와 건물화재 진화를 병행했다는 것이다. 이상민 제천소방서장은 “그런 과정을 거치다 보니 (진화) 시간이 조금, (늦어진) 그런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화재 초동 진압에 영향을 준 LPG 저장탱크 역시 안전설비와 설치장소 등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 용량 2톤~3톤의 탱크는 액화석유가스의 안전관리 및 사업법 상 건물 개구부(건물 채광, 환기, 통풍, 출입 등을 위한 출입구ㆍ창문ㆍ환기통ㆍ채광창 등을 통칭)와 2m 이상만 이격해 설치토록 한 규정은 지켜졌기 때문이다.
현실을 따르지 못하는 제도적 허점 속에 고정식 LPG 저장탱크는 점점 늘고 있다. 기존의 배달형 가스통보다 20% 이상 가스비를 절감할 수 있고, 일정 기간 지정업체로부터 가스 공급을 받으면 무료로 설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화재 현장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업주 A씨는 “경제적 부담도 덜고, 설치 조건도 복잡하지 않아 500㎏짜리 LPG 저장탱크를 사용 중이다”라며 “시내 음식점과 숙박업소 등에서 많이 설치해 사용 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이번 화재를 계기로 방화문 설치 및 LPG 저장탱크 설치와 관련해 규정 강화 등 제도 정비를 서둘러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공 교수는 “지난 2015년 1월 130명의 사상자를 낸 의정부 도시생활형 주택 참사에서도 방화문 설치 문제가 제기됐으나 관련 법령 개정은 이뤄지지 않았다”며 “신축 건물은 물론 기존 건축물에서도 방화문 설치를 의무화하는 법령 개정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공 교수는 아울러 “LPG 저장탱크도 안전시설은 물론, 화재 시 2차 피해로 이어지지 않도록 건물과의 이격 거리를 더 여유 있게 두도록 하는 등 여러 법적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제천=글ㆍ사진 최두선 기자 balanceds@hankookilbo.com 박은성 기자 esp7@hankookilbo.com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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