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 아기 몸 곳곳에 향불 놓아
화상입고 숨지자 야산에 시신유기
“액운을 쫓아야 한다”는 무속인의 말에 혹해 생후 6개월 된 자신의 영아를 향불로 지져 숨지게 하고 야산에 유기한 여성에게 법원이 징역형을 선고했다.
부산지법 형사17단독 김현석 판사는 아동복지법(아동학대, 아동 유기ㆍ방임) 위반과 사체손괴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2년을 선고하고 아동학대 치료 프로그램 80시간 이수를 명령했다. A씨는 법정 구속됐지만 무속인 B씨는 지난 2011년 급성신부전증으로 사망해 기소되지 않았다.
24일 법원에 따르면 A씨는 2003년 집안이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게 되자 친언니의 소개로 무속인인 B씨를 알게 됐다.
A씨는 “기도를 하지 않으면 가족이 더 큰 액운으로 고통 받는다”는 B씨의 말을 맹목적으로 믿고 6년 간 전국 사찰을 돌며 기도를 올렸다. 이 과정에서 A씨는 B씨의 사촌동생이자 승려인 C씨를 만났고, 2010년 2월 C씨와의 사이에서 아기를 낳았다.
당시 아기는 미숙아로 태어나 집중 치료가 필요했지만, A씨는 B씨의 지시에 따라 아기를 생후 17일 만에 퇴원시키는 등 필요한 치료를 하지 않았다.
B씨는 “절에 기도하러 보냈는데 왜 애를 만들었느냐”고 화를 내며 “액운이 사라지지 않아 아기에게 연비의식을 하겠다”며 6개월 된 아기 몸 곳곳에 향불을 놓는 학대행위를 했다.
A씨는 B씨의 학대 행위를 막지 않고 방치했고, 화상을 입은 아기는 하루 만에 숨졌다. A씨와 B씨는 아기 시신을 쇼핑백에 넣어 경북의 한 야산으로 옮긴 뒤 시너를 뿌리고 불을 붙여 훼손했다.
재판부는 “미숙아로 태어난 아기에게 필요한 의료 조치를 소홀히 하는 방임행위를 하거나, B씨와 공모해 어른조차 견디기 어려운 종교 행위를 한 뒤 보호조치를 전혀 하지 않아 아기를 숨지게 하고 시신까지 훼손해 죄책이 무겁다”고 판결했다.
이어 “초범인 A씨가 반성하고 공범인 B씨에게 정신적으로 지배당한 상태에서 범행을 저지르거나 가담한 점, 아기에 대한 죄책감을 평생 안고 살아갈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이들의 엽기 행각은 A씨의 아들이 올 초 경북 경산의 한 초등학교 예비소집에 오지 않아 해당 교육청이 경찰에 신고하면서 발각됐다.
부산=전혜원 기자 iamjh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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