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빈 홀대 논란
난징행사 겹쳐 친교 행사 어려워
의전 중요한데 외교 결례 수준
◆ 기자단 폭행 사건
중국 공안과 근접촬영 합의
文지지자들 기자 비난 도 넘어
◆ 방중 성과는
양국 관계 조속한 회복 합의
사드 경제 보복 조치도 철회
이번 주 카톡방담 주제는 문재인 대통령의 방중 외교 평가다. 13일부터 3박4일 일정으로 진행된 이번 방문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갈등으로 소원해진 양국 관계가 전환점을 맞을 것이라는 기대 때문에 어느 때보다 관심이 컸다. 양국 관계의 조속한 복원에 양 정상이 합의한 것은 성과로 꼽히지만, 방중 내내 불거진 국빈 홀대 논란과 중국 경호원들의 동행기자단 폭행 사건은 오점으로 남는다. 문 대통령의 취임 이후 첫 중국 방문길에 벌어진 일들을 되짚어 보기 위해 청와대와 외교안보 담당 기자들이 카톡방에 모였다.
불타라 청춘(불청)=국빈방문 과정에서 불거진 홀대론부터 정리해보죠. 격이 낮은 공항 영접, 혼밥으로 대표되는 대통령 일정 논란이 대표적이었는데.
고구마와 사이다(사이다)=문 대통령이 베이징에 도착할 때 쿵쉬안유 외교부 부장조리가 나왔죠. 부장조리는 우리나라로 치면 차관보급 인사. 박근혜 전 대통령 때 장예쑤이 상무부부장(수석차관), 이명박 대통령 때 우다웨이 부부장(차관)이 영접한 것과 비교되죠. 청와대는 우다웨이 부부장이 올 상반기 퇴임 후 공석인 상황에서 쿵 부장조리가 대행하고 있고, 중국에서 한반도 정세와 6자회담 담당자라는 점에서 외교적 결례는 아니라고 설명합니다.
내년에도 가을야구(가야)=쿵 부장조리가 차관급인 우다웨이 부부장의 대행이라고는 해도 격에는 안 맞죠. 트럼프 미국 대통령 방문 때 부총리급인 양제츠 국무위원, 아베 일본 총리 방문 때 외교부 부부장이 영접을 나간 것과 비교해도 그렇고. 심지어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을 맞이한 건 왕이 외교부장이었습니다. 가뜩이나 사드 갈등이 해소되지 않아 중국에 언짢은 감정이 많은 마당에 이렇게 우리 대통령을 소홀하게 대한 것으로 비치니 논란이 컸던 겁니다.
큰기와집 더부살이(더부살이)=방문 기간 문 대통령이 중국 인사와 한 공식 식사는 두 끼에 불과해 홀대론 공격의 여지를 주긴 했죠. 그런데 원인과 배경에 대한 분석 없이 혼밥 프레임이 과하게 부각된 측면이 있는 것 같습니다. 홀대의 원인 중 상당 부분은 박근혜 전 대통령 시절 추락한 한중 신뢰 문제에서 비롯됐기 때문이죠. 중국 내부에서도 “사드 문제에서 한국에 과하게 양보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적지 않아, 문 대통령을 두 팔 벌려 환영할 분위기도 아니었고요. 새 정부로서는 악조건 속에서 한중 관계 개선의 길을 텄는데 홀대론에 가려 성과가 제대로 평가 받지 못하고 있다는 아쉬움 섞인 목소리가 나올 만 하죠.
사이다=도착한 날이 중국에선 공제(公祭ㆍ국가적 제사)에 해당하는 난징대학살 80주년이라 지도급 인사들과의 만남이나 친교행사를 갖기가 어려웠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입니다. 하필 이 날을 도착일로 결정했는지를 별개로 한다면, 시비 걸 일은 아니라는 거죠. 한중수교 25주년 의미를 살리기 위해 연내 방중을 해야 했기에 다른 일정을 잡기 어려운 한계도 있었고요. 만약 외국 정상이 우리나라 5ㆍ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일에 도착했다면, 대통령이 사전에 예정돼 있던 기념식 참석 일정을 취소해야 할까요.
삼각지 미식가(미식가)=정상의 해외방문은 결국 의전이 전부라는 말이 있습니다. 정상회담 결과야 그 전에 이미 다 짜여 있는 것이고, 상대국이 우리를 어떻게 평가하는지 보려면 결국 의전인데, 국빈방문에서 대통령이 세 끼 연속 혼밥을 한 것은 사실상 외교 참사라 할 만합니다. 공부하기 위해 일정을 비웠다는 청와대 설명도 선뜻 납득이 안 갑니다. 공부는 미리 하고, 국빈방문에선 그 나라 실력자들을 만나고 밥도 먹고 술도 마셔야죠. 결국 연내 방중을 성사시키기 위해 무리하게 일정을 추진한 데 따른 부작용이 이번 방중 성과 전체를 뒤덮어 버린 모양새가 됐습니다.
불청=방중 기간 중국 경호원들의 동행 기자단 폭행사건도 발생했죠.
사이다=지금까지 각종 언론이 보도한 ‘팩트체크’에서는 과잉취재는 없었고, 현지 경호원들의 부당한 폭력으로 사건의 진상이 정리되고 있어요. 사고 현장은 한중경제파트너십 개막 행사장이었습니다. 이미 청와대 경호처를 통해 대통령 인접 3미터 밖의 취재는 자유롭게 허용된다는 가이드라인을 받았습니다. 첫 충돌은 문 대통령이 개막 행사를 마치고 스타트업 기업 부스가 있는 건너편 방으로 이동하기 위해 빠져나간 뒤 이를 뒤따라 가던 한국일보 사진기자를 중국 경호요원이 낚아채 넘어뜨리면서 발생했어요. 이후 매일경제 사진기자가 항의하는 과정에서 경호원들의 집단 폭행이 발생한 겁니다.
더부살이=이미 행사 근접 취재가 사전에 중국 공안 측과 합의됐고 기자들도 청와대가 공식 발급한 취재비표를 착용하고 있어 신분을 오해 받을 상황도 아니었죠.
미식가=아쉬웠던 건 폭행 사건에 대한 문 대통령 극렬 지지층인 ‘문빠’들의 반응이었죠. “대통령 방중 기사는 안 쓰다가 지들 맞았다는 기사는 쏟아내는구나” “기자들이 뭔가 잘못 한 게 아니냐, 맞아도 싸다”는 반응이었는데, 부당하게 폭행당한 기자들을 비난한 것은 이해하기 힘들더라고요. 참여정부 시절부터 쌓여왔던 비판언론에 대한 문빠들의 피해의식이 도를 넘었다는 걸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으로 기억되지 않을지.
불청=한중 정상 간 핫라인 개설도 이번 방중 성과로 발표됐는데 그 의미를 놓고 평가가 엇갈리기도 했죠.
사이다=그동안 전화통화를 비롯해 양국 정상간 교류가 빈번하지 않았던 것에 비하면 성과라고 할 수 있죠. 그러나 박근혜 전 대통령 때에도 만들어졌다가 정작 필요할 때 유명무실했던 적이 있으니까, 향후 어떻게 관계 개선을 하느냐에 따라 양국 핫라인이 실질적인 핫라인이 될지 여부가 판가름 날 것 같습니다.
가야=실제로 한중 국방장관 간 핫라인이 2015년 12월 31일 개설됐고, 그 사이 북한의 숱한 핵ㆍ미사일 도발이 있었지만 지난 2년간 중국은 한번도 수화기를 들지 않았습니다. 또 핫라인은 사전에 실무선에서 조율해야 할 사안이 너무 많습니다. 전화를 받으라고 실무진끼리 며칠씩 실랑이를 하느니, 직접 날아가서 만나거나 주중대사를 통해 협의하는 편이 훨씬 나을 수도 있습니다. 물론 핫라인은 없는 것보다는 있는 게 낫죠. 하지만 막강한 파워를 갖춘 대국을 상대해야 하는 우리로선 핫라인을 개설했다고 중국이 소통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순진한 기대만 해서는 안 된다고 봅니다.
불청=한중 간 최대 현안이었던 사드 문제는 출구를 찾은 건가요.
미식가=냉정하게 따졌을 때 사드 갈등 역시 현재 진행형임을 드러냈습니다. 물론 정상회담에서 이 문제가 전면에 올라오는 것은 막았지만, 시 주석은 비공개 회담에서 “한국이 사드를 적절히 처리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습니다. 결국 한국에 사드 철회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3불 원칙(사드 추가 배치 불가, 미국 미사일 방어체계 불참, 한미일 군사동맹 불가)은 지키라는 암묵적 압박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평가입니다.
사이다=정치ㆍ외교적 측면에선 사드 현안에 아직 이견이 남아 있지만 경제적인 측면도 함께 봐야 할 것 같아요. 그동안 중국의 사드 경제보복으로 우리 정부나 기업이 겪는 고충이 컸잖아요. 오히려 홀대론의 와중에도 문 대통령이 앞장 서서 경제보복을 해소하는 역할을 해 준 데 대한 긍정적인 평가가 나오는 것도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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