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겨여왕’ 김연아가 나타난 뒤에 한국에도 피겨 열풍이 불었다. ‘피겨 유망주’를 꿈꾸는 아이들과 학부모들로 서울 목동아이스링크는 북적거렸다. 학부모 A씨도 몇 년 전 이 열풍에 가담했지만 곧 꿈을 접었다. “피겨스케이팅은 선수 매력도 중요하다고 들었다. 하지만 매력을 뒷받침할만한 돈이 없다”는 것이 이유였다.
이 생각을 뒷받침하는 목소리가 있다. ESPN의 칼럼니스트들은 2014년부터 피겨스케이팅 복장 규정에 대한 비판을 꾸준히 제기해왔다. 지난 15일에도 ‘국제빙상연맹(ISU)의 규정은 예쁜 유니폼을 살 여력이 안 되는 선수들에게 불리하다’는 내용의 칼럼을 게재했다.
ISU 피겨스케이팅 규정 501조에는 ‘복장’에 관한 내용이 명시돼있다. ‘야하고 과장된 디자인은 배제해야 한다’는 것과, ‘과도한 노출은 금지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이어 ‘선수 복장은 음악의 캐릭터와 맞아떨어져야 한다’는 것도 덧붙이고 있다. 칼럼은 이에 대해 ‘모두 심판이 주관적으로 판단할 위험이 있는 내용’이라고 꼬집었다.
이 칼럼니스트는 “얼굴에 습진이나 덧니가 있으면 벌점을 부과한다는 규정은 없다. 여자 선수의 경우 겨드랑이 털을 밀어야 한다는 규정은 없다”면서도 “하지만 누구라도 이런 것들이 점수에 불리하게 작용한다고 생각할 것이다”라고 비판했다. 그는 ISU 규정 항목을 짚으며 “스포츠가 아니라 노래와 춤에 대한 채점표인 듯하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ISU 규정집에 따르면, “선수들의 의도(생각, 콘셉트, 비전, 분위기)”, “개성/특성”, “음악의 뉘앙스가 얼마나 정제되고 예술적인 율동으로 표현됐는가” 역시 평가 항목에 포함된다. 그는 “특히 ‘개성/특성’영역 평가는 완전히 스포츠의 영역을 벗어난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규정집에는 “남자 선수는 바지를 입어야 하며 타이츠를 입을 수 없다”, “아이스댄스의 여자 선수는 치마를 입어야 한다”는 내용도 있다. 이에 대해서도 “왜 피겨 선수들은 유니타드(스피드스케이팅 유니폼 같은 형태)를 입을 수 없는가”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하지만 몇몇 선수들은 “피겨가 흥미로운 이유는 (특별한) 의상을 입음으로써 스포츠에 예술을 융합하기 때문"이라며 반박하기도 했다. 2014년 소치올림픽에서 피겨스케이팅 페어 동메달리스트인 사이먼 슈네이피어(30)는 “피겨스케이팅은 전체적 그림이 중요하다”며 “머리모양부터 메이크업까지 한 세트"라고 말했다. 마찬가지로 2014년 소치올림픽 아이스댄스 금메달리스트인 메릴 데이비스는 “특별한 복장이 없으면 연기하기 힘들 것”이라며 “퍼포먼스 없는 아이스댄스는 예전 같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논란 속에서도 피겨스케이팅이 ‘동계올림픽의 꽃’으로 불린다는 것을 부인하긴 어렵다. 최근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20일 공식홈페이지를 통해 올림픽에서의 피겨스케이팅 역사를 재조명했다. 1908년 런던 올림픽에 처음 등장한 피겨스케이팅은 노르웨이의 악셀 폴슨이 개발한 ‘악셀 점프’와 스웨덴의 울리히 살코가 개발한 ‘살코 점프’를 포함하며 지금의 프로그램을 갖추게 됐다. 김주은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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