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 공장 문제 등 관심 쏠리며
보호법 다수 나왔지만 갈 길 멀어
무등록 업체의 실험동물 공급 금지법
국회 통과돼 내년 6월부터 시행
야생동물 학대 행위 처벌 강화
동물생산업 허가제로 변경 성과
2018년은 무술년(戊戌年), 개의 해다. 십이간지에서 ‘무(戊)’가 상징하는 색이 황금색이므로 60년 만에 돌아오는 ‘황금 개의 해’다. 개의 해를 앞두고 개를 소재로 한 우표나 접시, 카드 등 기념 제품들이 나오고 있다. 제품이나 이미지 속 개는 대부분 귀엽고 충직한 동물로 묘사된다. 실제 우리 주변 반려견들이 처한 환경이나 모습은 어떨까. 올해 국회를 통과한 동물관련 법안들이 국내 반려견의 현주소를 보여준다.
올해 국내에서는 강아지 공장 등이 문제가 되면서 여러 동물보호법 개정안 등 다수의 관련법안들이 쏟아졌다. 모두 동물을 위해 개정된 내용들이지만 일부 조항의 경우 핵심 내용이 빠졌거나 규제 자체만 강조해 아쉬움을 남겼다.
지난 1일 국회를 통과해 내년 6월 시행을 앞두고 있는 실험동물법 개정안은 무등록 실험동물 공급업자들의 동물 공급을 금지했다. 또 실험동물운영위원회 설치와 의무 위반 시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했다.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실험동물 공급과 유명무실하게 운영된 실험동물운영위원회에 대한 규제 필요성(한국일보 1월 7일자 17면)이 제기되자 지난 4월에 이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하지만 적용대상에서 교육기관이 제외돼 문제로 남았다. 법 통과를 위해 서명운동을 한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의 이형주 대표는 “이번 법률 개정을 시작으로 모든 동물실험이 생명윤리에 입각해 행해지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24일 표창원,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발의한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야생동물 학대행위를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와 ‘고통을 주거나 상해를 입히는 행위’로 구분하고 ‘고통을 주거나 상해를 입히는 행위’에 도구 또는 약물을 사용해 고통을 주거나 상해를 입히는 행위를 추가했다.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 관계자는 “야생동물 처벌을 강화하고 학대행위도 세분화해 구체적 처벌의 근거를 마련해 다행스럽다”면서도 “수렵견 사용금지, 국제적 멸종위기종 보호시설 마련 등 보다 진전된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가수 최시원씨 가족이 키우는 반려견에 물린 여성이 패혈증으로 사망하면서 맹견 관리를 강화한 동물보호법 개정안도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를 통과했다. 이 개정안은 맹견의 정의, 맹견 출입장소 등을 규정했다. 하지만 동물권 단체인 동물해방물결의 장인영 정책국장은 “동물보호보다 맹견 규제에만 초점을 뒀다”며 “모든 개를 잠재적 맹견으로 규정한 부분을 동물보호법 취지에 맞게 재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3월 국회를 통과해 내년 3월 시행 예정인 또 다른 동물보호법 개정안은 동물 학대의 기준을 죽이는 행위에서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로 확대했다. 또 정당한 사유 없이 동물에게 신체적 고통을 주거나 상해를 입히는 행위, 영리 목적의 동물대여도 금지했다. PNR 관계자는 “동물에게 신체적 고통을 주거나 상해를 입히는 행위를 수의학적 처치 필요 등 정당한 사유로 제한해야 한다”며 “촬영, 체험, 교육 등 영리를 목적으로 한 동물 대여금지의 예외 조항도 삭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개정안에 따라 신고제로 운영된 동물생산업이 허가제로 바뀐다. 이렇게 되면 단독주택에서 동물생산업을 할 경우 소규모 생산만 인정된다. 즉 체중 5㎏ 미만의 경우 20마리 이하, 5~15㎏ 미만은 10마리 이하, 15㎏ 이상은 5마리 이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공동주택에서 소규모생산업을 하면 일반 생산업자와 동일하게 영업장을 독립된 건물 혹은 분리된 곳에 따로 마련해야 한다. 동물권 연구 변호사 단체인 PNR의 박주연 변호사는 “소규모 생산업자들의 분양이 불법이 아니라는 것으로 해석된다”며 “공동주택에서 생산업을 할 경우 시설 분리나 기준 없이 영업하던 관행을 규제하려는 의도가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동물보호감시원에게 사법 경찰권을 부여한 동물경찰제도인 사법경찰관리의 직무를 수행할 자와 직무범위에 관한 법률 개정안도 국회를 통과했다. 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실험기관들이 폐기 처분하던 실험동물의 일반 분양을 돕는 동물보호법 개정안과 동물학대 행위로 유죄 선고를 받으면 10년 동안 반려동물을 사육할 수 없도록 한 또 다른 동물보호법 개정안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했다.
고은경 동그람이 팀장 scoopkoh@naver.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