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회장 차명계좌 과징금
“부과 불가” 입장 놓고 국회 설전
崔, 與 공격에 “기억 정확히 하시라”
野 “금융위원장 소신 높게 평가”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차명계좌에 대해 과징금 부과 불가 입장을 밝힌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22일 국회 정무위에서 불려나와 여당 의원들로부터 혼쭐이 났다. 반면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최 위원장의 소신을 높이 평가하는 이색 장면이 연출됐다.
국회 정무위는 이날 최 위원장을 상대로 이건희 차명계좌에 대한 과징금 부과 방침과 관련한 현안 보고를 들었다. 최 위원장은 전날 브리핑을 통해 이 회장 차명계좌에 과징금을 부과해야 한다는 금융행정혁신위원회의 권고안과 관련해 "현행법에서 과징금을 부과하기보다 추후 입법으로 해결할 과제"라고 규정한 바 있다.
여당 의원들은 최 위원장을 상대로 날을 세웠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대법원 판결을 보면 금융실명제 이전 개설된 차명계좌에 대해 이자소득세 등을 원천징수 할 수 있게 돼 있다”면서 “이미 판결이 난 사안인데 왜 이걸 못하겠다고 하는 지 이해가 안 간다”고 따졌다. 박 의원의 질의에 최 위원장은 “(박 의원이 예로 드는) 1998년 대법원 판결은 상당히 예외적이며 다수의 판례는 박 의원의 말씀과 다른 방향”이라고 반박했다. 그러자 박 의원은 다시 “최 위원장이 차명계좌에 과징금을 부과하면 동창회나 향우회 차명계좌에도 다 부과해야 한다고 했는데 이는 국감 때와는 입장이 달라진 것”이라고 몰아 붙였다. 이에 최 위원장도 “국감 때 제 입장은 과징금이 아니라 차등과세와 관련된 것이었다. 기억을 좀 정확히 하시라”고 맞섰다. 최 위원장은 그러면서 “이건희 차명계좌에 과징금을 부과한다면 그 밖의 선의의 차명계좌에 대해서도 해야 한다”며 기존 입장에서 물러서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박 의원과 최 위원장 간에 설전이 이어지자 자유한국당 소속 이진복 정무위원장은 질의를 중단시키고 “장외에서 이견을 조율해 오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이어진 질의에서도 민병두 이학영 등 민주당 의원들이 최 위원장 비판에 가세하면서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반면 김종석 한국당 의원은 “혁신위 권고는 말 그래도 강제성 없는 권고일 뿐”이라며 “이건희 차명계좌에 과징금 부과가 어렵다고 한 최 위원장의 소신을 몹시 높게 평가한다”고 감싸 대조를 이뤘다. 김 의원은 혁신위가 권고한 노동이사제에 대해 최 위원장이 “사회적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고 밝힌 데 대해서도 “소신 있는 판단”이라고 추켜 세웠다.
김성환 기자 bluebir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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