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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행복의 조건

입력
2017.12.22 14:24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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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이 많으면 행복한가. 나라가 잘 살면 국민이 행복한가. 어려운 질문이다. 영국의 신경제재단은 매년 행복지수(Happy Planet Index)라는 걸 발표한다. 생태를 보존하며 행복하게 오래 사는 사회인지를 보여주는 지수다. 환경, 웰빙, 기대수명, 소득불평등 등을 토대로 점수를 산출해 순위를 발표한다. 가장 최근 발표는 2016년 지수다. 140개 국가 중 1위는 중미의 코스타리카다. 인구 500만명이 안 되고 1인당 국민소득은 1만달러 조금 넘는 작은 나라다. 2위, 3위는 멕시코와 콜롬비아다. 뒤를 이어 4위는 바누아투, 5위는 베트남이다.

유럽국가 중 상위권은 12위 노르웨이, 15위 스페인, 18위 네덜란드 등이다. 일본은 58위, 중국은 72위, 한국은 80위다. 세계 최강국 미국은 108위에 불과하다. 이런 수치에 비춰보면 적어도 행복도가 경제수준에 좌우되지는 않는 듯하다. 1974년 경제학자 리처드 이스털린은 ‘경제성장은 인간운명을 개선하는가. 몇 가지 경험적 증거’라는 제목의 논문을 발표했다. 그가 논증한 바는 소득이 증가하면 행복도가 높아지지만 기본욕구가 충족되고 나면 소득과 행복도 간 비례관계가 무너진다는 것이다. 소득이 증가해도 행복도가 상승하지 않는 역설적 현상을 ‘이스털린 패러독스’라 부른다.

행복지수에서 코스타리가가 1위고 미국이 108위인 이유를 생각해 봐야 한다. 경제가 중요함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 경제란 인간 생활에 필요한 재화나 용역을 생산, 분배, 소비하는 활동을 말한다. 사회구성원이라면 누구나 생산, 분배에 참여하거나 아니면 소비를 한다. 그래야 사회가 유지된다. 개인에게 경제는 돈을 벌고 먹고 사는 문제다. 직장을 구해 일하는 것이 인격 도야를 위한 것은 아니다. 자본주의 사회는 돈을 벌어야 살 수 있다. 자본주의란 말 그대로 돈이 근본이라는 의미다. 생각해보자. 사람이 사는 목적이 뭔가. 인간답고 행복하게 사는 것이다. 행복을 위해 돈이 필요하긴 하지만 돈이 많다고 행복한 것은 아니다. 국가도 마찬가지다.

“이 바보야, 중요한 것은 경제야!” 무명의 아칸소주 빌 클린턴 지사는 1992년 미국 대선에서 이 슬로건으로 돌풍을 일으켰고, 당시 현직 대통령 조지 부시를 압도하며 승리했다. 우리나라도 선거철이 되면 정치인들은 늘 경제이슈로 유권자의 마음을 사로잡으려 한다. 부동산대책, 일자리정책, 소득세, 법인세 등 경제이슈는 중요하다. 가정, 기업의 경제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제가 전부는 아니며, 호황이 돼도 개개인이 모두 행복해지는 건 아니다. ‘기승전 경제’를 말하는 경제지상주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 바보야, 중요한 것은 행복이야”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소득이나 경제는 최소한의 물질적 조건일 뿐이다. 소득이 행복을 가져다 주지 못하듯이 국민경제가 국민행복을 보장하진 않는다.

언젠가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다’라는 말이 유행했었다. 이제 ‘행복은 소득순이 아닌 사회’가 돼야 한다. 재미없는 천국보다 재미있는 지옥이 낫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돈이 많아도 사는 게 재미없으면 불행하고 돈이 없어도 사는 게 재미있으면 행복하다. 볼테르는 “나는 행복해지기로 결심했다. 왜냐면 그게 건강에 좋으니까”라고 말했다. 건강하고 행복하게 사는 건 좋다. 그런데 행복은 어디에서 오는가를 깨닫는 게 중요하다.

행복은 아마 돈, 소득, 경제보다는 재미, 건강, 문화 같은 데서 온다. 플라톤은 행복의 조건으로 재산, 용모, 명예, 체력, 언변 등 다섯 가지를 꼽았다. 하지만 먹고 살 만한 수준에서 조금 부족한 재산, 약간 부족한 용모 등 조금 부족하고 모자란 상태가 좋다고 했다. 이제 우리 스스로를 돌아보자. 내 인생의 행복의 조건은 도대체 뭘까.

최연구 한국과학창의재단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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